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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 라이프


             데뷔 41년 전성기의 비결,





             배우 김희애의 힘






             “데뷔 41년 여전히 전성기 비결? 그저 멈추지 않았을 뿐”


         베테랑 배우 김희애(56세)는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               하더라. 내가 촌스러워서인지 요즘 친구들은 역시 다르다는 생
         평온한 일상과 특별할 것 없다는 연기관 등 마음의 이야기를 차               각이 들었다.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 각자의 삶이라는 개념이
         분하게 들려줬다. 고운 외모에선 빛이 났고, 의외로 솔직한 모습              강한 것 같다.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도 있는데 내 눈에는 아직
         은 좌중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김희애는 자신의 인기 비결을               어려 보인다.
         그저 멈추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준원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하 감독은 봉준호 감독 영화
         스크린으로 컴백한 그녀는 “잘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기자              <괴물>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바 있다)
         님은 어떻게 보셨어요?(웃음)” 기대 반 설렘 반, 데뷔 41년 차 배          대본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 참 겸손한 것
         우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영화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               같다. 연출도 잘하는데 글도 참 잘 쓰니까, 그 정도면 ‘내가 난데’
         을 버는 일명 바지 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횡령 누명을 쓰             하는 건방을 떨거나 ‘내가 예술 좀 하는데’ 할 법도 한데 전혀 그
         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런 모습이 없었다. 난 그저 한낱 중년 배우일 뿐인데 아주 조심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다. 극 중 김희              스럽고 겸손하게 대해줘 인상이 깊었다. 작품에서도 그 선한 마
         애는 타고난 지략과 강단으로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컨설턴트                 음이 우직하게 보여 좋았다.
         ‘심여사’ 역을 맡았다.
                                                          천하의 김희애가 그저 중년 배우라니.
         여전히 우아하고 단아하다.                                   잘 모르겠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 자신감 또는 자존감이 없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론 지루하게 살고 있고, 그걸 또 좋아한              는 않을 테지만 아시다시피 요즘 연기 잘하는 배우가 너무 많다.
         다. 단순하게 살면 머리가 가벼워져 좋다. 나와 반대되는 우아               나는 과연 저 정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많이 생긴다.
         한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나를 파격적으로 그려줬던 김수현 작가님의 드라마 <내                나도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허들이 있었다.
         남자의 여자>처럼 말이다.                                   그럴 때마다 심플하게 생각하면서 과정을 넘겼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오늘 행복하게 잘 살았네 하며,
         이번엔 스크린 컴백이다. <데드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간다.
         내가 맡은 ‘심여사’ 캐릭터는 남자 배우가 할 법한 역할이다. 파
         워풀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미있었고 신선했다. 뜬구름 잡는 이미지적인 것이 아닌 철저하                삶 자체가 단조롭다. 새벽 6시쯤 일어나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게 사전 조사를 통해 글을 쓴 게 느껴졌다. 알맹이가 있어서 좋              EBS 라디오 채널을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하는 루틴이다. ‘라디오’
         았다.                                              라는 매체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교재만 있으면 어디서든 좋
                                                          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더구나 EBS 선생님들이 아주 훌륭하
         김희애라는 배우는 언제나 완벽한 연기 컨디션을 보여준다. 현                다.(웃음) 그렇다고 내가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다.
         장에서 연기하는 방식도 궁금하다.
         대본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배우의 취향이나 장기를 드러내는                 1984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했다. 어느덧 데뷔 40
         걸 못 한다. 누구나 말의 습관이나 버릇이 있는데, 그런 것을 자             년이다.
         제하기 위함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김희애라는 사람이 보               나도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20대 때는
         이게 된다. 텍스트에 충실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나를 만들               사람들에게 치이는 게 힘들어 일을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고등
         고 싶다.                                            학생 때부터 광고 모델을 하다 보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조금은 음지에서 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지 않았다. 그
         조진웅과 호흡을 맞췄다. 어느 인터뷰에서 둘째 아들과 닮아 정               런데 언젠가부터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운이 참 좋았다는 걸
         이 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느낀다. 배우는 멈추지만 않으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가족이 그렇다. 친근하지만 매일 예쁘지 않다. 아들이 말 안 들              어떤 직업이든 허들이 있지만 그때그때 잘 넘어가면 오래 할 수
         을 때는 등짝을 때리기도 하는데, 둘째가 곰돌이 스타일이라 밉               있더라. 오래 하는 게 강한 것이다. 그래서 커리어를 멈추지 않
         지는 않다. 조진웅 씨도 비슷하다. 내가 촬영장에서 연기에 집중              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하느라 배우들과 아주 가깝게 지내는 편이 아니다. 조진웅 씨와
         붙는 장면도 많이 없어 아주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잘못               50대 여배우 중 거의 유일하게 영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배
         을 해도 ‘씩~’ 웃으면 모든 게 용서될 것 같은 매력이 있더라. 친           우다. 물론 공중파, OTT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근하기도 하지만 수줍은 모습도 있다. 그런 모습이 둘째 아들과               다. 비결이 뭔가?
         비슷하다. 곰돌이같이 친근한 매력이 있다.                          나도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허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심플하
                                                          게 생각하면서 과정을 넘겼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오늘 행복
         말 나온 김에, 두 아들은 엄마가 출연한 작품을 자주 보는 편인가?            하게 잘 살았네’ 하며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간다.
         관심조차 없는 것 같고, 얘기도 안 한다.(웃음)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면 오히려 내가 위축될 것 같다. 언젠가 “엄마가 이런 역할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도 궁금하다.
         을 하는데 좀 그렇지 않아?” 하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아무렇              그야말로 멈추지 않아서다. 실패도 다 과정이다. 그저 멈추지 않
         지 않게 “그게 왜?”, “엄마는 연기자인데 왜 그런 걸 신경 써?”           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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