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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이트'...알고보니
더 교묘하게 눈건강 위협
전자기기와 실내 조명에서 흔히 발생하는 블루라이트(청색광)가 피부 노화와 질병을 유발하는
새로운 경로가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이는 청색광이 단순히 표면적인 세포 손상뿐 아니라
항산화 시스템이 미치지 못하는 세포 내부 단백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으로,
피부 및 눈 건강 연구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전망이다.
청색광이란 무엇인가?
청색광은 태양빛뿐만 아니라 LED 기반 디스플레이 기기(스마트폰, 태블릿, TV, 컴퓨터
모니터 등)와 실내 조명에서도 방출되는 고에너지 가시광선이다. 일반적인 자외선 차단제는
청색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며, 이는 청색광이 기존 자외선(UV)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청색광은 눈의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할 수
있는 강력한 투과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장시간 노출 시 눈 건강뿐만 아니라 피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블루라이트와 활성산소의 관계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민두영, 권태혁, 민승규 교수 연구팀은 청색광이 체내에서
어떻게 세포와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내에
침투한 청색광은 세포 단백질을 손상시키는 활성산소의 생성을 유도한다.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높은 산소 분자로, 세포 내 주요 구성 요소인 단백질, DNA, 지질
등을 산화시켜 손상시킬 수 있다. 기존에는 활성산소가 체내 항산화 시스템에 의해 상당
부분 제거되어 단백질 손상이 최소화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기존의 이론을
뛰어넘어, 항산화 시스템이 미치지 못하는 단백질 내부에서도 손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로운 단백질 손상 경로의 발견
이번 연구의 핵심은 청색광이 세포 단백질 내부에서 발생시키는 손상 경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슬이 복잡하게 접혀 만들어진 3차원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내부에는 작은
분자들이 갇힐 수 있는 수많은 공간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단백질 구조에서 갇힌 산소
분자가 청색광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통해 활성산소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활성산소로 변환된 산소 분자는 단백질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손상을 일으킨다. 이는
기존의 단백질 손상 경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연구팀은 이를 '산소
가둠 광산화 경로(Oxygen-Confined Photooxidation Pathway)'로 명명했다.
다양한 연구 방법과 다각적 접근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 계산화학, 통계 분석 및 생명정보학적 접근 방식을 활용해 이 경로를
증명했다. 특히 단백질 구조에서 갇힌 산소의 역할과 그와 상호작용하는 특정 아미노산이
활성산소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새롭게 발견된 손상 경로가
특정 단백질뿐만 아니라 세포 내 다양한 단백질에 보편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의 의의와 기대 효과
민두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색광으로 인해 발생하는 단백질 손상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한 중요한 발견”이라며, “이는 피부와 눈 조직의 노화 및 질병을 유발하는 숨겨진 원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견은 향후 블루라이트 차단 기술 및 관련 질병 예방 연구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과 울산과학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2월 30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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