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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Entertainment / 엔터테인먼트




                                                           우선 보초 서는 일은 일년 365일 하루 24시간 계속 되어야 하는 군        의 일부가 조금씩 부족했다. 아마도 수십년 전에 사고로든지 무슨
                                                           인의 의무이어서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보초 한명이          연유로 부품이 없어지고... 검열에서 그게 발각이 되면 작살나니까
               씨드니 쌈돌이의
               시드니 이야기 제 748회                              실수를 하면 전 부대원이 몰살당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보초 서다가            다른 포에서 훔쳐와서라도 그 위기를 모면해야하는 운명...
                                                           사소한 실수로 군대영창에 간 이들이 수없이 많다.
                                                                                                          결국 구 부품의 도둑질은 계속 순환하며 수많은 군인들을 괴롭히
               글 한용훈 ssamdorihan@gmail.com
                                                           보초는 전 부대원이 돌아가면서 경계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고 있는 것이다.
                                                           낮에는 꽤 오래 배치가 되고 밤에는 한시간 내지는 두시간으로 하되           아마 2021년 지금도...
                     십오야 밝은 둥근달이 두둥실                       겨울철에는 얼어 죽을까봐 30분으로 돌려서.. 재수(?) 없으면 하룻
                             -제 2 화-                       밤에 두 번씩이나 눈을 부비며 혹한을 견디기도 한다. 그 다음엔 ‘어         그리고 제일 중요하고도 무서운 곳이 바로 북쪽에 뻗어있는 ‘피의 능
                                                           디에서 보초를 서느냐?’ 이다.                              선’ 이라는 산쪽의 초소이다. 이 초소는 우선 적들의 침투경로이므
                                                                                                          로 항상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우리 부대는 포병대대.. 그것도 엄청 큰 포를 가지고 있어서 꽤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보초근무 서는데 제일 재미있고 만만한 곳           또 부대에서는 제일 외곽지역이므로 자연적인 숲이나 나무들이 우
                                                           은 우리 부대에서 대대로 나가는 쪽의 초소이다. 낮에는 주로 PX(군         거져 있어 많은 희로애락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대매점) 가는 부대원들의 동태를 살필 수 있다.
                                                                                                          필자가 졸병이었을 때... 낮에 혼자서 4시간의 보초를 선적이 있다.
                                                           어떤 놈이 빵을 사먹는지...어떤 놈이 술을 사가지고 올라오는지...         보초를 서기 시작한 지 30분 정도는 눈을 반짝이며 북쪽을 경계하
                                                           부대 내의 군것질 정보가 이곳에서 많이 새어 나온다.                  며 훈련 받은 대로 보초를 서지만 눈앞에 펼쳐진 산의 고요함과 정
                                                                                                          적인 분위기에 사르르 잠이 오게 된다.
                                                           또 한곳은 포상(대포를 설치해 놓은 곳)을 지키는 초소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는 걸 정말 실감하는 시간이다.
                                                           원래 이곳은 적들의 포상 침투를 경계 하는 것인데, 평상시에는 내부
                                                           의 도둑들로부터 대포를 지켜내는(?) 임무다. 군대에서는 민간인이           졸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나는 총을 둘러메고 주변의 나뭇가지를 꺾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전통? 혹은 문화가 있다. 바로 도둑질이다.          어 바닥에 글이나 그림을 슥슥 그려대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잠
                                                                                                          시... 시계를 보니 근무시간은 한참 남아있고... 눈앞에 펼쳐진 피의
                                                           필자도 군대에 와서 살아남기 위해 수없이 도둑질을 해야만 했다. 그          능선은 6.25 격전지로서 멋드러진 경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매
                                                           런데 도둑질도 자꾸 해보니까 재미도 쏠쏠하고 스릴이 있어 필자는            일 보이는 거라서 딱히 감상할 것도 없고...그런데? 초소 근처에 처음
                                                           이왕하는거 잘해보려고 무척 노력했었다.                          보는 열매가 예쁘장하게 열려있는 것이다. 사실 서울에서 자란 나는
                                                                                                          야산에 피어있는 식물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나는 그것을
                                                           대포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부품들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이런 것들            따서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한 개를 살짝 으깨보았다.
                                                                                                                                          [ 다음주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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