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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uto / 자동차









                                                ROCK STAR,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높은 시트 포지션에서 듣는 폭력적인 이 사운드! 기분 좋다. 요즘 이런 소리 내는 차 보기 힘들다. 거의
                   모든 차들이 터빈을 장착해 먹먹한 소리를 내는데 이 녀석은 시원시원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이
                   다. 스로틀을 한 번에 열면 금속 마찰음으로 운전자 입꼬리를 올린다. 3000~4000rpm 정도에서 터지
                   는 백프레셔도 기가 막히다. 보통 마이너체인지 혹은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배기 사운드 볼륨이 줄어드
                   는데 여전히 우렁찬 목청을 가지고 있다. 이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그냥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돈 더
                   쓰고 SVR 배지를 가질 만하다.

                   소리만 요란한 게 아니라 성능도 뛰어나다. V8 5.0ℓ 엔진에 컴프레서를 달아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
                   토크 71.4kg·m의 괴력을 생산한다. 이 파워는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골고루 전달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초, 최고시속은 280km에 달한다. 스펙
                   만 놓고 보면 마이너체인지 전보다 강해졌고 2445kg의 공차중량으로 스포츠카처럼 달릴 것 같다. 참
                   고로 SVR은 노멀 6기통 대비 45kg 더 무겁다. 실린더가 2개 더 늘어나고 다른 엔진 파츠들이 커진 것
                   에 비하면 크게 증량되진 않았다.


                   가속력은 차고 또 넘친다. 가속에 가속, 그리고 또 가속을 해도 힘은 남아돈다. 고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전진한다. 슈팅카를 탄 포토그래퍼와 동료 기자들은 SVR의 가속력을 보고 감탄했다. 저렇게 육중한 덩
                   치가 튀어 나가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라고. 나이가 들어 시승차를 타도 잘 달리지 않는데 나도 모르게
                   신났었나 보다. 터보엔진에 비해 스로틀 리스폰스가 빨라 가속 페달을 컨트롤하는 재미가 있었다. 잘
                   만들어진 자연흡기 엔진처럼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엔진 회전수에 닿아 있다. 여기에 변속기도 장단을
                   잘 맞춰준다. 변속 속도도 빠르고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다. 마음에 든다.

                   하체 세팅은 보통의 레인지로버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승차감을 주는 데 반해 SVR은 하체가 바
                   짝 긴장해 있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해치는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다. 여하튼 탄탄한 하체 덕분
                   에 무자비하게 달려도 거동이 안정적이다. 급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잡아 돌리더라도 주행안정화장치가
                   쉽게 개입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피드백도 솔직한 편이라 차체를 다루기가 편하다. SUV임에도 코너링
                   퍼포먼스가 준수하다. 물론 언더스티어가 일어나지만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궤적이 크지 않다. 토
                   크벡터링과 똑똑한 전자식 LSD 도움도 크다. 진입 속도만 잘 맞추면 깔끔하게 코너를 돌 수 있으며 복
                   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섀시에 엉켜 있는 진동을 재빨리 털어버린다.

                   이렇게 용감하게 놀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출력과 차체를 다루기에 충
                   분한 파워이며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가 심하지 않다. 또한,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
                   어가도 페이드나 베이퍼록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어도 차
                   체가 안으로 쏠리지 않는 만큼 언제든지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가져가도 좋다.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
                   크는 보통 차 수준이다.

                   한바탕 SVR과 씨름을 하고 난 후 휴식을 취하며 외관을 둘러본다. 외모 콤플렉스는 전혀 없다. SUV로
                   서 위풍당당하고 모델명처럼 스포티함도 놓치지 않았다. SVR 배지를 달았지만 겉모습에서 일반형 모
                   델과 차이점은 두드러지지 않다. 과거 SVR 트림이 출시된 이후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보디 키트가 SVR
                   스러워져 더더욱 차이가 없다. 차이가 없을 뿐,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모든 트림이 잘생긴 것이다. SVR
                   만이 가진 매력은 머플러 커터다. 최근 트렌드를 따라 거대한 머플러 커터를 범퍼에 깔끔하게 매립해
                   놓았다. 실제 배기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 세차하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다.

                   정말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라이벌인 고성능 SUV들은 죄다 터보 차인 점에서부터 이 SVR은 부각된다.
                   압도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소리는 이제 레인지로버에서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청담동에 예
                   쁜 카페를 향할 때 도산대로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하얏트 호텔에서 밥을 먹는다면 범
                   퍼 신경 쓰지 말고 로비 쪽으로 박력 있게 내려가도 된다. 하차할 때는 할리데이비슨 소리가 BGM으로
                   깔린다.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아가씨들의 달콤한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여자들은 레인지로버를
                   좋아하고 이런 소리가 나는 레인지로버는 처음 보니까. 이 정도면 상품성이 높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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