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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ood / 푸드






               박정배 작가의 ‘베트남 면식기행’






               하노이 - 베트남





               쌀국수 퍼의 발상지








               2022년 4월 자가격리 없이 한국과 베트남의 입국이 허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노이도 경제
               가되었다. 4월 25일부터 5월 7일까지 베트남의 하노이               성장 덕에 마천루가 들어선 신도심이
               와 호치민을 다녀왔다. 베트남 국수집을 40여군데 돌아                생겨났지만 여전히 옛모습을 간직한 호안
               본 기록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키엠 지역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노이는 퍼(pho)의 도시이자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유명한 쌀국수 식당도 거의 이곳에 몰려 있다. 아침 7시              더 유명하다. 입구에서 육수를 끓이고 꾸미를 잘라 국수
               아침 6시면 문을 열고 9시경이면 문을 닫는 식당이 많다.              호텔을 나서자 마자 길가에 베트남 쌀국수인 퍼를 파는                와 함께 말아낸다. 주방 한켠에 창업자 얼굴 그림과 함께
                                                             노점에 손님들이 가득하다. 길거리에 퍼 가게의 안내판                1979년에 시작했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쌀국수는 한 그
               날이 덥고 오랜 농경의 역사가 축적된 흔적이다. 하노                 이 곳곳에 도로표지처럼 걸려있다.                           릇에 7만동(한화 4,000원)이다.
               이는 베트남의 수도이자 홍강 삼각주의 중심 도시이다.
                                                             럼퍼보에서 처음으로 퍼를 먹었다. 담백하고 달달하고                 대개 노점 식당은 2천원에서 3천원 정도를 받는다. 하노
               하노이란 말은 "강이 많다"는 뜻이다. 중국과 가까워 중               맑은 국물에 부드럽고 얇은 면발이 잘 어울린다. 국수 위              이의 다른 식당과 달리 이 집의 국물은 진하고 기름지다.
               국의 음식 영향도 많이 받았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                 로 소고기 수육과 양파, 쪽파가 올려져 있다.                    서울의 곰탕 명가 ‘하동관’의 국물과 엇비슷하다.
               는 북쪽의 음식 문화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순수한 맛이
                                                             국물을 마셔보면 우리나라 소고기 국수보다 단맛이 강                 베트남 쪽파와 꾸미가 국물 전체를 덮고 있다. 깊고 기름
                                                             하다. 고기 뼈로 맛을 낸다지만 설탕을 넣은 것이다.                지고 달달한 국물이 안동국시 면발처럼 하늘거리는 반퍼
                                                                                                          에 스며들어 아침의 공복을 채워준다.
                                                             퍼를  먹을  때  꼭  넣어야  하는  것들이  작은  탁자에  놓
                                                             여있다.  어느  식당을  가도  반드시  나오는  칼라만시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은 베트남 바게트 반미나 퍼로 속
                                                             (Kalamansi, 라임 종류), 생선으로 만든 액젓인 느억맘          을 채운다.
                                                             과 칠리소스, 식초에 생마늘을 편으로 썰어 놓은 소스다.
                                                                                                           퍼는 북부에서 기원한 음식이다. 그래서 북부의 중심지
                                                             기름진 고기국물에 칼리만시를 짜서 즙을 넣으면 국물                 하노이를 발상지로 여기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하노이에
                                                             은 여름날 내리는 소낙비처럼 신선한 향이 올라온다. 그               서 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남딘을 퍼의 상업적 기원지
                                                             런데 우리가 베트남 쌀국수 하면 떠올리는 숙주가 없다.               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남딘은 프랑스 식민지 당시 섬유
                                                                                                          공장이 몰려있던 곳이었다.
                                                             하노이의 쌀국수집에서는 숙주를 넣어 먹지 않는다. 재
                                                             배가 잘 안되는 환경이 나은 문화다. 숙주는 남부 쌀국               농사에 쓰는 소를 잘 먹지 않던 베트남 사람들은 19세
                                                             수의 변형된 문화다. 북쪽을 대표하는 야채는 쪽파다.                기 프랑스가 지배하면서 프랑스인들이 먹고 남은 소의
                                                                                                          부산물이나 잘 먹지 않는 부위로 소고기 국물을 만들어
                                                             쪽파를 줄기 그대로 넣거나 잘게 다녀 넣는다. 개운하                먹기 시작했다.
                                                             고 톡 쏘는 향과 열에 닿으면 단맛이 나는 성분 때문에
                                                             사용한다.                                        남딘 근처의 마을에서 먹던 음식을 남딘의 노동자들이
                                                                                                          소비하면서 대중화되었다.
                                                             하노이는 퍼보의 본향 답게 퍼의 명가들이 많다. 그 중에
                                                             퍼 씬(Pho THIN)을 빼 놓을 수 없다. 현재 두 군데가 원         남딘 사람들이 하노이에 퍼 식당을 개설하면서 하노이에
                                                             조 경쟁을 하고 있지만 로독 13번가(13 Lo Duc) 퍼씬이          상업적 퍼가 정착한 것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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