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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즈
                                                                                          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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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위                        도시 전체가 '노키즈존'
            도시 전체가 ‘노키즈존’…놀이터가 7만개인데 “놀 곳이 없어요”


                                                            의 정체성은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놀이터다.                        없다. 근처 여자중학교도 같은 사정이다. 편의점 점원은 “여기 손님
                                                                                                           은 거의 다 근처 초등학생, 중학생”이라면서 “학원 가기 전에 여기 앉
                                                            티티섬에서 예은이는 내내 쾌활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열흘 전 집          아서 뭘 먹는다”고 했다.
                                                            근처 놀이터에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티티섬이 휴무인 화요
                                                            일, 학교를 마친 예은이는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탔           어린이는 도시 공간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대도시에 거주하는
                                                            다. 근처 공사장의 굴삭기 소음이 유독 커 풀 죽은 목소리가 들릴까          7~12세의 어린이 10명에게 물었더니 8명이 자기 동네는 어린이가
                                                            말까 했다. “애들은 다 학원 가서 바빠요. 심심해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고 했다. 지역은 달라도 “놀 곳이 없다”는 이유
                                                                                                           는 같았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만 17세 이하 전국 아동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4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원하는 아동정책으
                                                            에서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은 사회와 부모가 어린이로부           로 ‘놀이 및 문화시설 확대’가 꼽혔다.
                                                            터 앗아간 ‘시간’을 돌려달라고 외친다. 하지만 방구뽕의 선언에 아이
                                                            들의 ‘공간’을 되돌려달라는 요구는 없다.                        놀 곳 없는 도시의 어린이들은 편의점으로 모인다. 적은 돈으로 잠시
                                                                                                           나마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업시설이다. 강현미 건축
                                                            어린이는 지금 당장 어디에서 놀아야 하나. 식당·카페에서 시작된 ‘          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편의점이 어린이 놀이터를 대체하는 커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의 눈높      뮤니티 공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엔 학교 앞 분식점이나 문구
                                                            이에 맞는 놀이터는 드물다. 어린이를 환대하지 않는 현실에서 어린           점에서 특별한 목적 없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들의 커
                                                            이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놀이터와 학교에          뮤니티 활동이었다면 이제는 편의점이나 생활용품점이 그 역할을
                                                            서 30여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일부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의 한 도서관에서 만난 9세 예은이는 한껏
            들떠 있었다. 나무 막대로 직접 만든 장난감을 자랑하며 실내를 누            지난 8월26일 부산 동구 A동의 한 편의점. 문을 열자 여자중학교 학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책 <제3의 장소>에서 가정
            비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예은이의 작품은 도서관 내에 자리한 어린            생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근처 초등학교의 6학년생 윤아(12)          과 일터(학교)가 아닌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타인과의
            이 작업실 ‘모야’에서 탄생했다. 단추, 털실, 병뚜껑, 글루건, 드라이        는 진열대를 서성이다 젤리 한 봉을 골랐다. “편의점은 매일 무조           목적 없는 접촉을 통해 교류와 소통이 주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버 등 100여종의 재료와 공구를 갖춘 곳이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          건 간다”는 윤아는 능숙하게 가게 바깥 파라솔 벤치에 자리를 잡는           카페, 주점, 서점 등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 역시
            라’고 지시하는 어른도 없다. 143㎡의 널따란 라운지에서 아이들은           다. 편의점 안 테이블은 여중생들이 일찌감치 선점해 핫바와 컵라            그런 곳이 필요하지만 선택지가 좁다. 윤아는 요즘 친구들과 지하철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을 하거나, 비밀 이야기를 소근댔다.                면을 먹고 있다.                                      역 근처 노래방에 자주 간다. “6명이 같이 가면 2명만 노래 부르고
                                                                                                           나머지는 그냥 휴대폰 보고 게임해요.” 친구와 있을 공간을 얻기 위
            이곳은 지난해 8월 개관한 사립 공공도서관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학교 끝나면 물이나 간식을 사서 친구들이랑 앉아 있어요. 카페보           해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 노래방에 간다. 티티섬을 운영하
            다.12~19세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도서관을 지향하며 설계 때부터           다 싸고 눈치도 덜 보여요. 시원하고요.” 윤아는 친구들이랑 수다 떨         는 도서문화재단씨앗의 엄윤미 이사장은 “도시에서 어린이·청소년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전체 공간의 절반가량이 12~19세만 출           때가 제일 즐겁다. 문제는 그럴 공간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집 근         이 갈 수 있는 공간 대부분은 학습 혹은 가족을 위한 곳”이라면서 “ ‘
            입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12세 미만도 전체의 15%나 된다. 티티섬         처엔 놀이터가 없고, 학교 앞에 잠시 쉬다 갈 분식집이나 문구점도           제3의 장소’로 꼽을 만한 곳이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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