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 Mylife Weekly 813 ::
P. 24

MY Life / 라이프
                                                                                                                            책소개

             나와 다른 타인들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하는 동안, 그들은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서로와 다정한 관계를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않고 살아가려는 이들의 뜨거운 움직임을 그려온 작가 임솔아               맺을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한다. 지난 이별을 거치며 타인과
             의 두번째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가 출간되었다.              함께인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알맞은 거리를 스스
                                                            로 찾아내었음을. 이 조용히 빛나는 깨달음의 순간에 이르기 위
             한 가출 청소년이 겪어낸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성장의 경로를  해 아픈 시간을 지나왔는지도 모른다는 인생의 비의가 각자의                                       2022 젊은작가상
             가감 없이 따라가는 첫 장편 『최선의 삶』 이후 8년 만에 선보이           깊은 상처를 근사한 기억으로 완결시킨다.                                       대상을 받으며,
             는 긴 이야기이다.                                                                                            동시대의 감각을 대표하는
                                                            책 속으로                                                        임솔아의 신작
             『최선의 삶』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십대 시절의  사다리를 잡고 물속으로 걸어내려간다. 한 발씩 디딜 때마다 몸
             악몽을 맹렬히 복기하던 임솔아의 인물들은 『나는 지금도 거기  이 물에 잠겨간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이제는 그게 두렵
             있어』에 이르러 각자의 내밀한 상처를 통과해 슬픔 이후에 마              지 않다. 오히려 더 자유롭다. --- p.9
             련된 삶을 살아나가는 법을 터득한다.
                                                            석현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롤러스케이트가 드르륵,                         한국 장편소설
             소설은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네 여자의 삶을 어린 시절부              드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석현은 점점 더 빨리 롤러스케
             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좇아나간다. 각자의  이트를 탔다. 쐐~액, 쐐~액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석현은 넘어
             이유로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여겨지던 그들은 원하는 무리               지지 않고 잘도 달렸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석현은 자꾸 웃음
             에 속하기 위해, 소중한 존재와 함께 있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            이 나왔다. 롤러스케이트에서 나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쐐~
             려본 적이 있다.                                      액, 쐐~액, 끊어지지 않는 소리, 나중에야 석현은 그것이 전기톱
                                                            소리였다는 걸 알았다. 의료용 전기톱이 석현의 팔뼈를 잘라나
             자신을 잃는 방식으로만 맺을 수 있는 관계는 필연적으로 깨어              가는 소리였다. 어머, 얘가 눈을 뜨고 있어요. 간호사의 얼굴이
             진다는 것을, 그들은 각양각색의 절절한 이별을 겪으며 몸소 체             불쑥 나타났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석현이 툭 넘어졌다. 전기
             험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애인에게, 친구에게, 부모에게, 복잡            톱 소리가 멈추었다. --- p.44~45
             하고도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느끼는 애틋하고 먹먹
             한 감정을 임솔아는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묘파한다. 그 결             석현은 다정했던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렸다. 병원에서 만난 환
             과 이 소설에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이별의 순간마저도 보이지  자들. 간호사와 치료사들. 동네 이웃들. 버스와 지하철, 편의점
             않는 격정들로 달궈진 듯 홧홧하게 감지된다.                       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석현의 친구가 되었던 아이들. 다정한
                                                            관계였지만 깊이가 없었다. 지속성도 짧았다. 그래서 끝까지 다
             외부 세계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자기 자신을 지워야 했다는 공              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큐베이터를 옮겨가며 살아온 것 같았
             통점은 네 인물을 제도권 밖에서 소수자로서 분투하는 예술가               다. 그들의 따뜻함을 가식이나 거짓이라 여기지는 않았다. 병실
             를 위한 그룹 전시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별다른 접점이 없던  커튼 안쪽에서 본 할아버지의 표정처럼, 지속성이 없는 사람에
             네 사람이 각자의 삶을 고유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며 교류               게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었는지도 몰랐다. --- p.74






































              24 www.mylifeweekly.com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