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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 라이프




             반대가 더 끌리는 이유,




             팝핀현준&박애리 부부




             너무나 다른 한 쌍의 부부 팝핀현준과 박애리.
             반대라서 더 끌린다는 결혼 14년 차 부부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해 들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팝핀 댄스의 1세대로 스트리트 댄스계 선구                서로의 어떤 면에 반했는지 궁금해요.
         자인 팝핀현준(본명 남현준)과 우리나라 전통음악 판소리계의                 애리 처음에는 한 작품을 함께하는 동료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
         수재인 박애리 부부의 ‘결혼 생활 백서’가 연일 화제다. 부부라              런데 현준 씨의 한결같은 성실함에 놀랐어요. 연습 기간 동안 대
         면 한 번쯤 직면하게 된다는 권태기는 물론 결혼 생활을 이어가               충이라는 법을 모르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공연을 준비하더라
         는 데 있어 갈등 요소로 꼽히는 육아 방침, 고부간 갈등도 두 사             고요. 실제로 공연하는 것처럼 온 에너지를 쏟아붓는 모습이 인
         람에겐 먼 이야기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는 다소 진부할 수              상적이었어요. 집에 가서 팝핀현준이 누구인지 궁금해 찾아봤
         있지만 어려운 명제를 지켜나가는 게 이 부부의 화목한 결혼 생               어요. 현준 씨의 춤 영상을 찾아보고 큰 감동을 받았죠.
         활 비결이다.
                                                          현준 총각 시절 기혼자인 한 선배가 영혼을 흔드는 사람과 결
         추위가 한풀 꺾인 2월 중순,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있는 둘의 보             혼하라고 말했는데 제 아내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처음 만났을
         금자리에서 팝핀현준 · 박애리 부부를 만났다. 현대와 전통의 한              때 제가 찾던 이상형이란 확신이 들었죠. 지금도 아내가 첫 만
         축을 이루는 두 사람처럼 정반대의 취향이 적절히 공존하는 인                남에서 입었던 옷과 제게 지어 보였던 표정이 생생해요. 그래서
         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팝핀현준의 디제잉 부스, 박애리의 전통               인지 더 조심스러웠어요. 마음을 섣불리 표현하기보다 제가 어
         악기 등이 집 안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개량 한복을 연상케 하              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습을 더 열심히 한 이유이
         는 원피스 차림으로 <우먼센스>를 맞이한 박애리는 스포티한                 기도 해요.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레게 머리를 한 팝핀현준은 한옥 분위기               애리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아 끌리기도 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
         가 물씬 풍기는 집 안을 자연스럽게 누볐다. 180도 다른 것들이             부터 시스템을 철저하게 갖춘 환경에서 성장했어요. 일종의 위
         화합을 이루고 있었다.                                     계가 제겐 당연한 거였는데, 그에 반해 현준 씨에겐 자유로움이
                                                          느껴졌어요. 연애하던 시기에 성장 환경이 다른 점을 어필 포인
         최근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두 사람을 바라               트로 활용했죠.(웃음) 현준 씨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을 어
         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언급해 화제가 됐어요.                         려워할 땐 제가 앞장서서 사회생활이 뭔지 보여주곤 했어요.

         팝핀현준(이하 ‘현준’) 방송을 본 많은 분이 저에 대해 오해했다
         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방송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자를 잘 만나               정반대의 성장 환경이 걸림돌이 된 적은 없었나요?
         서 인생이 풀렸다”, “그래도 팝핀현준이 언젠가는 사고를 칠 거              애리 전혀요. 현준 씨는 제가 봐왔던 사람들과는 달랐어요. 이
         다”라는 말이 오랜 시간 저를 괴롭혔어요. 아내와 저는 동등한               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자랑거리를 늘어놓거나 과시하
         위치에서 사랑하고 결혼했는데, 제가 아내의 경제력 또는 권위                지 않았어요. 현준 씨가 무명 시절에 차비가 없어 한강공원의
         를 보고 계산적으로 결혼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게 속상했어요.                잔디에 누워 밤을 지새웠던 적이 있었대요. 그 와중에 오늘은
         박애리(이하 ‘애리’) 악의 없이 인사치레로 건넨 말일 수 있지만,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 말이 있어요. 남편이 그동안               해 듣는데 역경 속에서도 현준 씨의 긍정적인 면모가 느껴졌어
         속앓이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겉으론 저를 만나 또 다른 세상이              요. 이 사람의 곁에 있으면 어떤 일이든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열렸다고 표현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현준 씨를 만나지 않았               생각이 들었어요.
         다면 평생 알지 못했을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제가 결혼을 잘했어요.(웃음)                            부부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고 하죠. 두 사람은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나요?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이 부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                  현준 가장 중요한 건 표현이에요. 갈등이 발생하면 대화로 각자
         나요?                                              의 서운함을 표현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해하고 있는 포
         현준 절 속상하게 한 대상은 아내가 아니니 아내에 대한 원망                인트가 보여요. 그리고 바로 사과하죠. 미안함을 충분히 표현해
         은 전혀 없어요. 아내에게 죄가 있다면 아주 잘난 죄라는 거죠.(             야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아요. 더 중요한 건 상대의 사과를 받
         웃음)                                              아주는 마음이죠.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로 상처를 받
                                                          고, 관계에 벽이 생기게 돼요. 우리 부부는 사소한 문제도 서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잃지 않는 마음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사과해요.(웃음) 그래서 큰 싸움은 거의 발
                                                          생하지 않죠.
         두 사람은 2009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퍼포먼스 공연인 <뛰
         다 튀다 타다>를 통해 처음 만났다. 박애리에게 첫눈에 반한 팝              애리 미안하다는 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문제가 나로
         핀현준은 적극적인 대시에 나섰다. 두 사람은 무대뿐만 아니라                인해 일어났다는 걸 인정하는 말이에요. 우리 가족은 서로를 탓
         사석에서 만남을 가지며 점점 가까워졌다. 추억을 쌓으며 동료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물건을 건네는 과정에서 손이 미끄러져
         에서 연인으로 거듭난 두 사람은 속전속결로 부부의 연을 맺었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어요. 그런 경우 저희는 “내가 잘못 건네
         다. 2010년 웨딩마치를 울렸고, 이듬해인 2011년 딸 남예술 양           줘서 미안해”, “내가 잘 받았어야 하는데 미안해”라고 말해요. “
         을 품에 안았다.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은 두 사람은 부부라는 관              당신이 잘 받았으면 떨어뜨리지 않았잖아”라고 탓하지 않아 싸
         계를 넘어 서로가 지향하는 예술에 자양분이 되는 든든한 조력                움 자체가 성립이 안 돼요. 그리고 미안함만큼 고마움을 표현하
         자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덧 결혼 14년 차를 맞이한 두 사람에게             는 것도 중요해요. 빠른 사과, 빠른 고마움 표현이 좋은 부부 관
         결혼 생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계를 유지하는 비결이에요.
                                                                                       [ 56페이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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