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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발트해의 숨은 진주 탈린



                                                                                  “Where are you come from?”
           Episode 03.                                                            골목 사이로 보이는 舊 시청사 첨탑을 보며 생각없이 걷는 중에 중세 복장의 사내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건다. 중세 분위기로 꾸민 탈린의 맛집 올데 한자(Olde Hansa)식당의
                                                                                  영업사원(삐끼의 고급 진 단어?)으로 식당 앞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사진도 같이
                                                                                  찍으며 자기네 식당을 소개한다.


                                                                                  여러  매체를  통해  유명한  식당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곰,  멧돼지,  순록  등  야생동물
                                                                                  고기가  주메뉴로  내  입맛과는  맞지  않아  애초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곳이라
                                                                                  눈웃음으로 대신하고 지나쳤다.

                                                                                  구 시청사 앞의 라에코야 광장(시청 광장)은 중세시대 때부터 문화의 중심지로 음악회,
                                                                                  축제, 시민토론회 등과 더불어 재판, 사형 집행, 검투사 행사 등 유쾌하지 못한 행사들이
                                                                                  동시에 일어났던 곳으로 예나 지금이나 늘 사람들로 붐빈다.


                                                                                  탈린이  점잖은  중세도시라고  해도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지에는  반드시  소매치기가
                                                                                  극성을 떠니 가슴 쪽으로 배낭을 매는 게 상책이다. 지금은 6월이라 광장이 심심하지만
                                                                                  12월에는  광장  중앙에  표시된  동판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크리스마스
         ▲구 시청사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양식의 건물에 64m의 첨탑을 가진 구 시청사. 도로 좌우로 빡빡하게 들어선
         중세시대의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순간이동으로 그 시대에 와 있는 것 같다. 왼쪽으로 오래된 에스토니아
         전통음식점인 올데 한자 식당 (Olde Hansa)과 아몬드파는 아가씨들이 보인다.
         마켓과 각종 공연 등으로 화려한 변신을 하는데 이 광장이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곳으로 에스토니아인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구 시청사 첨탑 전망대를 오르려 하는데 앞선 크루즈 여행 단체팀 어르신들의 긴 줄로
         바로 포기하고 노천카페에 앉아 시원한 맥주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크루즈 여행의 단체팀은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별 번호를 가슴에 붙이고 팀가이드의
         인솔로  도시  전체로  흩어져  다니는데  작은  크루즈선도  최소한  500명  이상이니  이
         분들이 하선하면 어느 도시던지 붐비기 마련이고 또 다른 특징은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높은 곳이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지 못해 팀에서 낙오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곳에도 몇몇                          ▲구 시청사 광장 (라에코야 광장 : Raekoja Plats)
                                                                                  탈린  문화의  중심지로  지금도  공연,  크리스마스  트리  및  마켓  등  많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분은 전망대는 오를 생각도 못하고 근처에 앉아 가쁜 숨만 내쉬고 있다.                                  중세시대에는 검투사 시합, 사형 집행과도 같은 어두운 행사들도 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다리에 힘 있을 때 빚을 내서라도 열심히 다니자고.” 하였더니 집사람이 번개 같은 리액션으로 다음은 어디를
         갈 거냐고 묻는다. 이제 여행의 맛을 점점 알아가는 집사람 앞에서는 여행 관련해서는 흰소리도 못할 것 같다.


         구 시청사 건너편의 성 니콜라스 교회(St. Nicholas Church)는 박물관으로도 사용되는데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개운치 않은 것을 봐서는 비싼 입장료에 비하여 별 볼일 없는 것 같아 외부 관람만 하고 long leg gate 길을 이용하여
         전망대가 있는 고지대로 향한다.


         툼페아  언덕을  오르는  길에는  길거리  화가들이  여럿  있는데  나는  중년  여성  화가의  수채화를  샀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기념품으로 유일하게 사는 것은 길거리 화가의 작품으로 다소 어설픈 실력이지만 그 지역의 특징을 잘 표현한
         그림들로 세계 곳곳에서 산 수십점이 방구석에 딩굴고 있지만 오늘도 또 샀다. 집사람도 오래 전에 포기한 나의
                                             집착에 가까운 취미이다.
                                                                                                                            작가 프로필
                                             툼페아 언덕에 오르니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 (St. Alexander Nevsky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Cathedral)과  툼페아성(Toompea  Castle)의  국회의사당이  광장을              생    년 : 1955年生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은 중세도시라는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탈린과는 어울리지도 않고 러시아 냄새가 팍팍 나는 세 개의 양파 돔을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머리에  이고  언덕  위에서  군림하는  듯한  모습이  이방인이  내  눈에도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거슬린다.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동방  정교회가  어디나  그렇듯이  덩치  큰  외모에  비해  내부는  화려한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장식도 없이 여러 개의 이콘 그림만 있는 싱거운 모습인데 이곳 이콘은                        (부사장)
                                             더 엉성해 보인다. 게다가 찍을 것도 없고 찍고 싶지도 않은데 내부에서는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촬영금지라고 하니 여러 가지로 밉상이다.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구 시청사와 성 니콜라스 교회 첨탑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구 시청사 첨탑에는 토마스 할배가 365일 발트해를 감시하며 탈린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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