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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07.



         호텔 옆으로 흐르는 시뻘건 황토색 물이 보기에도 무섭다. 재래시장 구경을 포기하고 모처럼
         오랜 시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그동안의 피곤이 풀린다.


         그런데 많이 춥다. 냉큼 전기난로를 부탁하여 방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도 땀으로
         범벅이 되는 더위로 힘들었는데 어이가 없다. 밤새 내리는 비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처님
         만나는 꿈을 꾸며 푹 잤다. 설마 하나님께서 질투하지는 않으시겠지?


         오늘은 차로 6시간을 달려 파키스탄 국경 근처의 잠무로 가서 그곳에서 50분 정도 비행하여
         이슬람교의 무굴제국이 만든 아름다운 정원의 도시 스리나가르로 날아야 하는 빡센 일정이다.


         아침 6시 출발로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을 들고 차에 올랐다. 짙은 안개와 비로 차 운전이                          ▲ 지구촌의 재해 현장 ‘마른 내'
         어제의  토끼에서  완전  거북이  모드로  전환되었다.  곡예운전을  즐기던  운전기사도  자기                         이 지역 여름은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홍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냇가에 물이
         목숨이 걸린 탓인지 신중, 겸손, 조심스런 태도로 안전 운전을 한다.                                         흘러야 되는데 . .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산맥 고봉에도 만년설이 보이지 않는다.
                                                                                        심히 걱정된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 고도가 낮아지며 안개가 없어지니 순간 태도를 바꿔 곡예 운전                          태극문양 열쇠고리를 주었더니 사규상 받을 수 없다 하며 사양해서 옆에 있던 책임자에게
         시작이다.  서둘러야  탑승시간에  맞춘다고  하니  뭐라고  말도  못하고  애꿎은  안전벨트만                   설명하고 전달했더니 좋아 죽는다. 물론 책임자도 뇌물수수 공범을 만들었다.
         만지작 거린다.
                                                                                  탑승 시간에 늦을까 하는 초조함과 심한 검문으로 인한 짜증이 친한파 항공사 여직원의
         잠무는 파키스탄과 종교 문제로 분쟁이 있었던 지역으로 잠무에 들어서면 외부의 통신망이                          친절로 사르르 사라진다. 공항에서 늦은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고 연착한 비행기에 올랐다.
         차단되고 이곳 통신사 라인만 이용하여 송수신을 할 수 있다. 로밍으로 지루한 차량 이동                         비행기에서 본 히말라야 산맥 끝자락의 모든 하천이 가뭄으로 누런 바닥만 보인다. 지구
         시간을 유튜브 보면서 때웠는데 이곳에서는 핸드폰이 완전 먹통이라 잠으로 시간을 죽여야                          온난화 영향이겠지?
         한다. 자다가 눈을 뜨면 보이는 풍경이라고는 밭과 산 그리고 도로를 따라 늘어선 집들이다.
                                                                                  잠시 눈을 부치고 있는데 옆좌석의 꼬맹이 남매가 호구조사를 시작한다. 가족들과 휴가를
         게다가  잠무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사방  팔방으로  헤쳐  놓아  엉망이  되어               가는  중이라며  이것저것  묻는  오빠는  외국인학교를  다니는  초등학생이라  대화가  곧잘
         버린 도로에서 속도 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느긋하던 운전기사가 비행기 탑승시간이                          통한다. 쉬고는 싶은데 쫑알대는 애들이 귀여워 대꾸를 하다 보니 착륙 안내방송이 나온다.
         다가오니 역주행을 하는데 오히려 마주오는 차량들이 비켜준다.                                        준비해 간 목걸이 볼펜을 걸어주니 부모들까지 나서서 감사인사를 전한다.


         겨우  도착한  공항은  손님보다  경찰,  군인이  더  많은  것  같다.  건물  외곽에서  한번,  건물           짐을  찾으려  내려오는데  “WELCOME  TO  PARADISE  ON  EARTH”란  입간판이  눈에
         입구에서 한번, 보딩패스 검사하면서 한번 그리고 또 검색대에서 최종적으로 한번 더. 아무리                       들어온다.  자칭  지상낙원이라는  이  자신감은  뭐지?  공항을  나오니  다람살라와는  다르게
         분쟁 지역이었다 해도 너무 심하다.                                                      강한 햇빛으로 피부가 따갑기까지 한다.
                                                                                  집사람은 썬 크림을 바르지
         복잡한  통과  절차  때문에  폭발  직전이었는데  예쁜  항공사  직원이  "한국분이시죠?"  하며                않는다고 또 한 소리 하지만
         여권을  대조하더니  미리  준비한  보딩패스를  준다.  그것도  한국말로...    어느덧  짜증  대신             평소  때처럼  무시한다.
         웃음이 지어진다.                                                                끈끈한  거보다  타는게
         한국  출장을  다녀와서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한다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을  건다.                  낫다.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 잠무 공항 항공사 직원과 함께                                                                           (부사장)
               탑승객 명단에서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미리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티켓팅을 하여 기다렸다가 보딩 패스를 전해준 친                   ▲ 잠무의 첫 인사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한파 이쁜이다.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한국                    무엇 때문에 지상낙원이라 하는지는 모르겠다. 달 호수
               의 매력에 빠져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였다는                    에서 히말라야 산맥으로 솟는 일출이 멋지기는 한데 . . .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데 어눌하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한국에 오면                    겨울에 눈에 쌓인 산이 지금보다는 훨씬 멋있을 듯하다.
               연락하라고는 하였는데. . .                              지상낙원을 보러 또 와야 되남?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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