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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13.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아 흐르는 수루 강 suru river을 따라 길게 형성된 마을로 과거
         실크로드  시대의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해발  2,700m인  백두산과  비슷한  고도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집사람은 고산증세로 침대를 찾는다.


         5시도 안된 시간이라 혼자 카메라만 챙겨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를 찾아 언덕으로
         올라갔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수루 강은 검정에 가까운 짙은 회색으로 무서울 정도로 거칠게
         흐른다. 그래서인지 강가로는 높은 담이 있고 ‘접근금지’ 경고문이 여러 곳에 붙어있다.


         이곳은 이슬람교 시아파 지역이라 은근 걱정은 되나 ‘대낮에 뭔 일이 있겠어?’ 하며 자기
         최면을  걸면서  용감한  척해  본다.  마을  전체를  보기  위하여  언덕을  오르는데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어  초소병에게  마을  사진  찍기  좋은  곳  소개를  부탁하였더니  부대  안으로
         들어와서 찍어도 된다고 한다.


         허락은 받았지만 쫄리는 마음으로 후다닥 사진을 찍고 괜스레 50년 전 내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선물도 지갑도 모두 호텔에 두고 와서 딱히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즐거운 여행 되라며 거수경례를 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든다.


         언덕 위로 보이는 대학교를 가다가 만난 3명의 대학생 중 한 여학생이 k-pop, k-drama
         매니아로 어눌하게 한국말을 제법 한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계단에 앉아 서로의 신상
         털기, 그들 미래의 꿈 등 꽤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따 호텔 프론트에서 목걸이
         볼펜을 찾아 가라 하고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 했다. 작은 선물에도 밝은 미소와 고맙다는
         인사로 화답하는 그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카르길을 가로 지르는 수루 강을 따라 두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슬람교와
                                                                                   티벳 불교의 종교적인 경계선에 위치한 카르길은 주민의 80%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대학교까지는 너무 멀어 적당한 곳에서 파노라마 뷰로 마을 전경을 찍었다. 학교, 병원, 버스
         터미널, 전통 시장, 이슬람 사원 등이 보이는데 특히 눈에 띠는 것은 가파른 언덕에 계단식으로                     주차된 현대차를 보니 반갑고 새삼 기운이 솟는다. 인도의 국뽕 기운이 내게도 전염이 되었나
         지은 집들로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사진에는 이쁘게 잘 담긴다. 계단식 집을 가까이서 보고                        보다.
         싶어 언덕을 내려오는데 마을 중앙에 자리한 이슬람 사원에서 아잔 소리가 들린다.                             계단집을  가까이서  보니  엉성한  벽돌로  쌓아  지은  것으로  생각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데
                                                                                  아무런 걱정 없이 사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 가파른 경사에 흙벽돌로 지었으니 인도, 네팔,
         수리 강을 건너 사진에 담았던 계단집을 찾아 가파른 경사길을 힘들게 오르는데 길가에                           터키 등 지진이 나면 많은 사상자가 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이곳에 지진, 폭우 같은
                                                                                                         자연재해가 없기를 기대한다.


                                                                                                         집 앞뜰에서 형이 동생 머리 감는데 물을 부어주고 엄마는
                                                                                                         쌀을  씻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족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온다.  마침  내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니  손을
                                                                                                         흔들며 보내는 환한 웃음으로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한다.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동네 댕댕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호텔로
                                                                                                         오는 길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에게 liquor shop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이곳은  술집도,  술  파는  상점도  없다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한다. '얼래? 없으면 없는거지 웬 꼬장여.'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것을 참고 은근 쫄보가 되어 잰 걸음으로
                            작가 프로필                                                                       호텔로 복귀하였다. 인도 중소도시에서는 술 구하기도 힘들고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또한 술 값이 만만찮게 비싸다. 여대생들에게 약속했던 볼펜을
           생    년 : 1955年生                                                                               프론트에 맡기며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더니 학생에게 좋은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선물이라며 자기가 받는 것처럼 기뻐한다.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마을과 강이 내려다 보이는 호텔 정원에서 맥주와 함께 붉게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물든  노을을  감상하며  가이드와  두  나라의  문화,  관습  등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여러가지  주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지금 우리의 핵가족과는 다르게 결혼한 형제들이 분가하지
           (부사장)                                                                                         않고  부모  집에  모여  사는  대가족제도가  부러웠으나  한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집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살았어도 부모님 사후 자식들 간의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재산  싸움이  비일비재하단다.  나라,  가족제도에  관계없이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  가파른 경사에 계단식으로 진 집들이 아슬아슬해                  형제 간의 우애나 사랑보다 돈이 먼저라는 것에 마음이 급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보인다.                                     꿀꿀해진다.  모처럼  마신  맥주의  알딸딸함이  내일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만든다.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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