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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24.




           · 세계에서 제일 높은 자동차길 카르둥 라
           · 거대한 미륵불이 지키는 디스킷 곰파

         어제 새벽 집사람의 심한 고산증세로 레 국립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여 산소 공급과 링거를
         맞고  늦은  오후가  되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의사는  병원에서  하루  더  상태를  보자는  데
         입원실 환경이 열악하여 의사에게 졸라서 어렵게 퇴원 승낙을 받았다.


         쌀죽과  약을  먹으며  하루가  지났는데도  집사람의  상태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아  원래
         계획하였던 파키스탄 국경의 오지 마을 여행은 포기하고 나 혼자 다른 한국팀에 얹혀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자기는 괜찮다며 데리고 가라는 우리 전속 가이드와 운전기사는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호텔에 남겨 두었다.


         도심을 빠져나와 가파른 언덕이 시작되는 길 초입에 위치한 군 검문소에서 출입 신고서를
         제출해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늘 여행할 누브라 밸리 nubra valley는 파키스탄 국경과 인접하여 군의 특별 관리지역이기
         때문이다. 누브라 밸리로 가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도로인 해발 5,602m의 카르둥
         라 khardung la (‘눈 얼굴의 고개’라는 뜻)를 넘어야 하는데 높은 고도로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고산증이 올 수 있어 오래 머물지 않도록 권고를 한다.


                                                                                    ▲  카르둥 라 표지석
         통행 승인을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데 앳된 군인이 다가와서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를                           해발 5,602m로 자동차 길로는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카르둥 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가 카르둥 라입니다’라며 말을 건다. 어디 나라에서 왔냐, 인도에는                         고산증세로 심호흡과 거북이 걸음으로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제 자리에서
         언제 도착했냐, 어디를 다녔냐 등등 여러 질문을 하며 엄청 친한 척을 한다.  나도 소싯적                          카메라 줌을 이용해서 주변 경치사진을 찍었다.  ‘나도 이제 맛이 가나보다. 내 청춘
                                                                                     좀 돌려줘!’
         군생활 이야기를 해주며 실탄 장전이 되지 않은 총을 잠시 넘겨 받아 태극기 열쇠고리를
         달아주었더니 순박한 웃음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한다.
                                                                                  검문소를  뒤로하고  지그재그의  가파른  비포장길에  들어서니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규정 상 군인이나 검문소 같은 군시설물의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에서의  차  흔들림이  차창  옆으로  보이는  절벽을  더욱  공포스럽게
         손사래를 치며 미안하다고 한다. 착하지만 융통성이 없어 보일 듯한 첫 인상에서 느낀 내                         만든다. 오늘 다니는 길 대부분이 이런 비포장이라고 하니 만만찮은 하루가 예상된다. 여러
         예감이 딱 맞다. 신성한 땅에서 며칠 지내다 보니 내게 신기가 생겼나 보다. ‘귀국해서 서울역                     날 이런 길을 다니느라 생겼던 엉덩이 물집이 겨우 아물었는데 은근 걱정이 된다.
         앞에 돗자리 깔아?’                                                              앞선 차들이 정차하고 탑승자들은 모두 내려서 뭔가를 구경한다. 재수 좋으면 볼 수 있다는

                                                                                                         절벽을 깎아 만든 도로를 정비하는 작업 현장이다. 포크레인이
                                                                                                         위 도로에서 밑으로 굴리는 커다란 바위가 먼지를 일으키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쉽게 보지 못할 장면을 득템 한다. 작업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  차  뒤로도  많은  차들이  정차하여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  시내와  히말라야  산맥의
                                                                                                         고봉을  둘러보면서  지루하지  않게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몇몇은 으슥한 곳을 찾아 생리현상도 해결한다.


                                                                                                         멀리 보이는 레가 한달 뒤면 모든 것이 샷 다운되어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가이드 소남 sonam의 설명을 들어서 인지 구름에
                                                           ▲ 절벽 도로공사 현장
                                                             포크레인으로 산사태로 막힌 도로에서 커다란 바위를                 가려 잠시 햇빛이 사라진 레가 많이 쓸쓸해 보인다. 최근 레
                                                             밑으로 굴려내며 도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재수                상권의  상당  부분을  외지인이  차지하여  성수기가  지나면
                            작가 프로필                           좋게(?) 보기 힘든 작업 현장을 만나 기다리는 데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짜증보다는 차분히 기다리며 나름 즐기는 모습이   대부분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  겨울철  레의  공동화  현상이
                                                             여유로워 보인다.                                   매년 더 심해진다고 한다. 돈 되는 곳이라면 한 푼이라도 더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벌려고 인간군상이 꼬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어쩌겠나?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차의 심한 흔들림에도 잠은 쏟아진다. 어제 밤 집사람 간호(?)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로 잠이 부족하여 졸린데 이런 흔들림이  더해져서 밤잠처럼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깊이 잔다.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한 선생님! 일어나세요. 카르둥 라에 왔어요.”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잠결에 얼른 카메라를 챙겨 ‘세계에서 제일 높은 자동차길’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 높은 곳에서. . .
                                                             공사에 막혀 잠시 주변 경관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이라는  인도인의  자부심이  새겨진  표지석에  다다르니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주어졌다. 레 마을이 보이고 저 멀리 히말라야 산맥의               도로공사로  막혀  있던  차들이  한꺼번에  몰려  차와  사람이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고봉에 쌓인 빈약한 만년설이 보는 이의 걱정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뒤엉켜 난리버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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