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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검은 대륙의 예루살렘 주일 이른 아침이라서 어제와 다르게 시장통이 한가하다. 매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터에는 현금 거래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주변 마을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품으로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물물교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EPISODE 43.
남서쪽 암굴교회로 가기 전 주일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아벨에게 전했다. 안내된
-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지 예배장소는 교회가 아닌 어제 왔던 메드하네 알렘 교회(Bete Medhane Alem) 근처의 너른
- 이슬람세력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선택한 자기고립도시 공터이다. 언덕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사제가 마이크로 설교를 하고 교인들은 평지에서 각자
편안한 자세로 경청한다.
여자, 아이 그리고 노약자는 땅바닥에 앉고 건장한 남자들은 ‘둘라’라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여 서서 예배를 본다. 산만한 주위 환경에서도 교인들은 사제의 말씀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벨은 이것저것 사진 찍으라며 부산을 떤다. 옆사람들 보기가 민망하여 예배에
집중하라고 은근한 핀잔을 준다.
연단의 사제만 빼고 이곳에서 예배보는 남녀노소 모두가 흰색의 전통의상 가비를 입었다.
우리가 옛날 아시아의 백의 민족이었다면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백의민족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하겠다. <벤허>같은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초대교회 예배 드리는 장면을 접해서인지 처음 보는 광경이지만 딱히 낯설지는
않다.
야외 예배를 마치고 물세례 등 2부 행사(?)를 위해 일부 교인들은 사제단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암굴교회로 이동을 하는데 사제단은 중앙 출입문, 남녀는 정해진 좌우 측의 출입문을
이용하여 교회로 입장한다.
지킴이 사제가 나를 사제단 뒤로 안내하더니 그들 그룹을 따라서 들어가라고 한다. 당황한
나에게 아벨이 자기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아마 papa가 관광이 아니라 예배에 참석한
외국인이라서 특별 대접을 하는 것 같으니 얼른 쫓아 들어가라고 한다.
▲ 단상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사제
검은 망토를 걸친 사제들이 높은 언덕에서 예배를 인도한다.
주말을 이용하여 아디스아바바에서 딸과 함께 쉬러 왔단다. 그러니까 엊저녁 식당에서
나와 친구 먹은 맹랑한 꼬맹이 아빠다. 나이에 비해 딸이 너무 어린 듯하여 조심스레
나이를 물었더니 나보다 서너 살 아래인데 겉모습은 완전 형님이다.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연장자에게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더니 아프리카도 그렇다며 즉시 ‘big brother’라 부른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많은 걱정을 하고 왔는데 날을 더할수록 이들의 사교성,
특유의 유머 감각 그리고 낙천적인 성격이 나를 점점 아프리카 홀릭으로 만든다. 새벽 녘에
단잠을 깨운 샤우팅의 정체는 오늘이 주일이니 교회에 꼭 나오라는 교회의 호객행위(?)란다.
일주일에 한번 뿐이니 매일 새벽마다 잠을 깨우는 이슬람 사원의 아잔 소리보다는 민폐가
훨씬 덜할 것 같다. 체크 아웃하며 만난 사장에게 태극문양 장고 열쇠고리를 딸에게 전하라 ▲ 정교회 예배 모습
하였더니 함박 웃음을 지며 아디스아바바에 오면 꼭 자기 호텔에서 묵으라며 명함을 전한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표현된 초기 그리스도 예배 장면과 유사하다.
야외라서 산만할 듯한데 예배에 집중하는 모습이 놀랍다. 남녀 모두 흰색의 전통 복장
가비를 입었다.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
괄 (부회장)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 예배를 드리는 모습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노인, 여자, 아이들은 앉아서, 남자들은 서서 질서를 유지하며 경건한 자세로 예배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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