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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ood / 푸드













                    바샤커피는 어떻게 커피계의




                    에르메스가 될 수 있었나?












                    싱가포르에 가면 꼭 이 커피를 맛봐야 한다                  로고를 보면 브랜드가 지나온 과거와 나아갈 미래를 알                ‘1837’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싱가포르에 처음 상공회의
                                                             수 있다. 바샤커피 로고를 볼까? 재밌는 점은 ‘1910’이라           소가 생긴 연도)를 로고에 사용한다.
                바샤커피(Bacha Coffee)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프리            는 숫자다. 마치 1910년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브랜드처
                미엄 커피 브랜드다. 2019년 싱가포르에 1호점을 시작              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동일한  전략으로  ‘바샤커피’에  역사를  불어넣었
                으로 프랑스 파리, 모로코 등 전 세계 7개 매장을 가지고                                                          고, 사람들의 인식에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한다.
                있다. 100% 아라비카 원두로만 200종에 달하는 다양한             이 숫자의 정체는 바로 모로코의 유명 커피하우스 ‘다 엘              TWG가 럭셔리 차를 대표한다면, 바샤커피는 고급 커피
                라인업을 자랑한다. 거의 세상의 모든 원두를 한 곳에서               바샤 팰리스(Dar el Bacha palace)’가 지어진 연도. 즉      의 대명사로 만들었달까?
                맛볼 수 있달까?                                    1910년을 말한다. 무역의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덕분일
                                                             까? 전 세계의 진귀한 커피와 사람이 모두 모로코의 커               두 브랜드의 공통점으로 그는 ‘저렴한 럭셔리(Affordable
                여러 나라에서 생두로 수입해 일일이 싱가포르에서 핸드                피하우스에 모였다. 찰리 채플린, 프랭클린 루스벨트, 윈              luxury)’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완전한 사치품보다는,
                로스팅을 거치는 덕분에 어떤 원두를 선택하든 신선도가                스터 처칠 등 수많은 문화, 정치계 유명인들이 다녀갔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럭셔리가 앞으로 확장성
                좋다. 풍성한 향기를 즐길 수 있는 건 덤이다.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커피하우스이자, 동시에                 과 지속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야기다.
                                                             가장 은밀한 사교의 중심지였던 셈이다. 그러나 2차 세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훌륭하다. 매장에 가면 마치 아라                계 대전과 함께 ‘다 엘 바샤 팰리스’는 폐쇄되고 만다. 역            확실히 바샤커피는 저렴한 브랜드는 아니다. 매장에서
                비안나이트 속 왕국의 궁전에 들어온 것 같은 환상을 불               시나 화려했던 이야기도 과거로 묻히게 된다.                     마시면 커피 한 잔에 평균 1만 원대 가격이고, 드립백
                러일으킨다. 바닥에 깔린 타일부터 반짝거리는 틴케이                                                              은 12개입 기준으로 33,000원 수준이다. 스타벅스 아
                스로 가득 찬 벽면까지,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풍스러움                하지만 2019년, 싱가포르의 신생 카페 브랜드 ‘바샤커              메리카노와 비교하면 2배 넘는 가격이다. 그렇다고 평
                이 느껴진다. 심지어 포장지나 쇼핑백은 금박이 휘둘러                피’가 등장하며 운명은 바뀐다. 바샤커피는 60년 전, 화             범한 직장인에게 접근 못할 만큼 미친 듯이 비싼 수준
                있어서 마치 명품 브랜드를 연상시킨다.                        석처럼 파묻혀 있던 이야기의 먼지를 솔솔 털어내어 자                도 아니다.
                                                             신이 꺼내입기로 한다.
                아무리 에코의 시대라지만, 이왕이면 아름답고 반짝이                                                              휴일날 백화점에 놀러 와서 명품 가방은 못 사더라도, 명
                는 것들에 지갑을 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심리랄               당시 모로코 커피하우스에 있었던 바닥 문양과 똑같은                 품 커피쯤은 기분 좋게 마시고 나갈 수 있었다. 바샤커피
                까? 그렇게 바샤커피는 3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놓쳐서                체크 패턴의 타일을 매장에 사용하고, 기둥에 쓰인 블                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빈틈을 노렸다.
                는 안 될 감각적인 카페가 되었다.                          루와 오렌지빛 컬러를 옮겨와 그대로 인테리어에 이용
                                                             했다. 직원들에게는 이슬람 전통 의복과 비슷한 하얀색
                   20세기 모로코에서 시작된 전설의 바샤커피?                  유니폼과 모자를 입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곳이 모
                                                             로코인지, 싱가포르인지 헷갈릴 정도의 놀라운 싱크로
                                                             율이었다.

                                                                      명품백은 아무나 살 수 없어도,
                                                                    명품 드립백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바샤 커피의 신화를 만들어낸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
                                                             타하 부크딥(Taha Bouqdib)’이다. 그에게는 이미 하나
                                                             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력이 있었다. 찻잎
                                                             에 신경 좀 쓴다는 카페에서 본 적 있을 고급 차 브랜
                                                             드 ‘TWG Tea’다. TWG는 2008년에 만들어졌지만,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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