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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니? 이것이 오일 파워야”                               인 중국과 밀착하는 제스처를 취했을 정도다.                        하지 않는 배경에는 글로벌 유가를 쥐락펴락하는 ‘산유국 파워’가
                                                                                                           있다.
            美도 마음대로 못하는 러·사우디                              바이든 대통령이 자존심을 버리고 사우디 방문을 결정한 것은 최
                                                           근 급등한 국제유가가 미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
                                                           문이다.                                            이 생산한 국가는 미국(점유율 20%)이지만 사우디와 러시아는 각
                                                                                                           각 2·3위 산유국이다.
                                                           40여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지지율이 떨어지자 미국
                                                           이 먼저 한 발 물러섰다는 해석이다.                            미국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썩 내키지 않아도 증산 협조 요구를 할
                                                                                                           최적의 파트너가 사우디인 셈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00일간 화석연료 수출로 930억유
                                                                                                           로(125조원)를 벌었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국제사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                                                              는 올 2월 24일~6월 3일 에너지 수출로 하루 평균 9억3000만유로
            키려는 미국의 계획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1조2500억원)을 벌어 들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러시아와 교류하는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중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폴
            국가들이 여전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수년간 앙숙으로 지                                                            란드, 프랑스, 인도, 한국 등 순이었다.
            내온 사우디를 직접 찾아가겠다며 스스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4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아시아·아프             ‘오일머니’ 효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가 석유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휘발윳값이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            리카·남미 등 상당수 국가들은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벌어들인 돈은 1488억달러(192조원)로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극하면서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입김이 그 어느 때보다            있다.                                             보인다.
            세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해 한국·일본·캐나다·           이미 올 1분기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순이익은 395억달
            사우디에 손 내민 바이든…러 고립작전 제자리                       호주 등 우방을 끌어 모아 러시아를 경제·외교적 고립하는 전략을             러(5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주가가 뛰면서 애플을
                                                           폈지만 큰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도 올랐다.

                                                           미국은 갈등 관계인 중국을 차치하더라도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              이는 아람코에서 배당을 받아 국가재정수입 상당 부분을 마련하는
                                                           공화국 등 상당수 국가를 설득하지 못했다.                         사우디 정부의 재정 곳간이 그만큼 탄탄해졌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반(反)러시아 연대를 확장하려는 미국의 노력            러시아 역시 올 1~4분기 경상흑자가 958억달러(123조원)로 역대
                                                           이 저항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 뿐이 아니다.


                                                           천하의 미국도 못 건드리는 ‘산유국의 힘’                         400여개국 민간 국제금융회사 연합체인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올
                                                                                                           연말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의 2배인 최대 2400억달러(309
            미 백악관은 다음달 13~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 무                                                         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와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에너지 강국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영향력을 빼앗기는 쉽
            이는 과거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인권 문제가 심각한 사우디를 왕                                                           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pariah)로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고 공언했던 바이
            든 대통령의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서방국이 마련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가 중국·인도 등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에겐 싼 값에 원유를 수입할 기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반체제 언론인                                                            회를 줄 뿐이라고 CNN은 짚었다.
            암살 배후로 보고 취임 이후 줄곧 투명인간 취급해 왔다.
                                                                                                           스위스 은행인 줄리어스베어의 노르베르트 뤼커 경제조사부장은 “
            이에 서운함을 느낀 사우디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원유에                                                            중국, 이란 등 에너지 소비 대국들의 노선이 달라지지 않는 한 러시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미국과 갈등 관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국제질서가 사우디와 러시아에 제대로 통               아의 에너지 무역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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