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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ood / 푸드
버릴 것 없는 식탁
류지현
Zero Waste Kitchen Tip
➊ 채소나 과일은 특성에 따라 정리한다. 양배추와 콜리플라워는 물을 담은 접시 위에
올려 보관하고, 포도나 토마토, 바나나는 매달아둔다. 깻잎은 저온 상해를 쉽게 입기
때문에 잎자루만 물에 잠기도록 세운 뒤 유리 용기에 담아 상온에 보관한다.
➋ 파나 부추, 깻잎과 고추, 허브 등은 직접 길러 필요할 때마다 수확해 먹는 것도 방
법이다. 볕이 잘 드는 주방 한편이나 발코니를 작은 정원으로 삼아 채소를 기르며, 우
유물이나 쌀뜨물을 거름으로 준다.
➌ 냉장고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고민 중이라면 류지현 작가의 프로젝트 ‘Save Food
from the Fridge’의 홈페이지 (www.savefoodfromthefridge.com)와 인스타그램 계
정 (@savefoodfrom thefridge)을 참고할 것.
하루 평균 버려지는 쓰레기 중 24.7%가 음식물이다. 일회용기, 비닐, 택배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어요.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썩
용 스티로폼 등의 포장재를 함께 고려할 때 주방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 혀 버릴 수도 있죠. 이때 반복적인 실천이 필요해요. 처음 운동을 배울 때 익
은 어마어마하다. 주방을 잘 관리하기만 해도 우리는 꽤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숙하기까지 꾸준히 연습해야 하듯 새로운 식생활을 꾸려 나가는 데도 연습과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접하는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이야 노력이 필요해요.” 제로 웨이스트 주방을 위해서 우선 채소와 과일 껍질에는
기하고자 하는 류지현 작가는 이탈리아에 머물며 꽤 오랜 시간 음식물 쓰레 풍부한 영양소가 있으니 최대한 남김없이 먹는다. 간혹 껍질째 요리를 하면
기에 관심을 쏟고 있다. 맛이나 식감이 달라져 난감할 때가 있다.
5년간 유럽, 남미를 여행하며 기록한 책 «사람의 부엌»을 출간한 그는 그런 경우 껍질을 벗겨 요리하되 껍질 자체를 또 다른 식재료로 사용한다. “
‘Save Food from the Fridge(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해내자)’ 프로젝트를 양파, 당근, 파, 무 등의 껍질은 잘 말려 국물을 낼 때 쓰면 유용합니다. 감자,
진행 중이다. “음식 섭취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으로 삶에 깊숙이 자 호박, 당근 등의 껍질은 튀기면 간단한 스낵이 되고요. 또 말려두었다 튀기면
리 잡고 있죠. 그만큼 식생활 선택은 개인부터 공동체, 나아가 지구 전체에까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요.사과 껍질이나 씨앗, 심지 등은 설탕물에 발효하면
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나치게 많은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집중 식초가 돼요. 버려질 뻔한 식재료를 요긴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만드는 방법이
했어요. 음식물 쓰레기의 원인 중 하나는 냉장고의 오남용이었습니다. 죠.” 또한 요리 후 남은 식재료는 저장 음식으로 만든다. 애호박은 그릴에 구
워 올리브유에 재우고, 토마토는 소금과 함께 냄비에 넣어 기름을 두르고 익
이제 식재료는 하나의 상품으로 여겨져요. 상해서 버려도 언제든 쉽게 다시 힌 뒤 유리병에 담아 중탕해 밀봉한다. 대신 6개월에 한 번씩 저장 재료를 정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냉장고는 그 식품들을 영원히 보관해줄 것만 같은 마술 리해 오래된 것을 우선적으로 먹고 간장 장아찌나 과일 퓨레, 토마토소스 등
상자 역할을 하고요.” 류지현 작가는 냉장고에 의존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식 은 양이 많다면 다시 끓여 새로 밀봉해 저장한다.
재료 각각의 특성에 따라 보관하고 껍질과 뿌리까지 먹는 방법을 연구해 책 류지현 작가의 조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지만,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이
«제로 웨이스트 키친»을 썼다. 나 밀키트가 보편화된 한국에서 개별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하기는 쉽지 않
은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먼저 “냉장고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식재료를 눈앞에 두고 관
리하라”고 말한다. 선반, 테이블, 물그릇 등에 식재료를 보관하면 불필요하게 “팬데믹은 자주 식재료를 살펴보고 관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
장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뿐더러 버리는 음식물의 양도 현저하게 준다. “자신 어요. 제 부엌도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채소를 넣은 된장국, 쌀
의 식습관과 함께 부엌의 리듬을 찾아내는 것이 새로운 식생활의 시작입니다. 밥, 고등어구이와 김치처럼 간소한 밥상을 즐기죠. 독자분들도 식재료에 대
해 알아가며 자신이 먹는 음식을 스스로 관리하고 준비하는 기쁨에 익숙해지
일주일에 몇 번 장을 보는지, 자주 쓰는 식재료는 무엇인지, 그 식재료를 며칠 길 바라요. 배달 음식이나 밀키트는 하나의 선택이죠. 편리해서, 요리를 즐기
동안 먹는지, 또 각각의 식재료를 식탁, 베란다 혹은 냉장고에서 얼마나 보관 지 않아서, 또 마케팅에 현혹되어서일 수도 있죠.
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알고 우리 집 부엌만의 리듬을 찾아내야 해요.” 리듬
에 따라 주방 규칙을 정해야 한다. 배달 음식이나 밀키트를 이용할 때도 불필요하게 많이 주문하는 것은 아닌
지 고민하고, 남기지 않고 먹거나 남은 음식을 재활용할 수 있는 요리법을 찾
또 식재료는 특성에 따라 상온, 냉장, 냉동 보관한다. 작가는 식재료를 구분· 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부엌은 다른 생명으로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보관하는 팁으로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어떻게 판매하는지 살펴보기를 권 곳이에요. 도시 생활에서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자연은 바로 채소와 과
한다. 매대에 물을 뿌려주는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지, 냉장칸에 진열되었 일이죠. 부엌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낭비 없이 식재료 각각의 맛과 영양을 즐
는지 살피면 보관 방법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길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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