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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없으면




                             VIP가 오지 않는다








                                                           금방 정신을 잃기 때문. 문제는 기억만 잃을 뿐 걷거나 의사소통은 이뤄진다고 한다. 여성을 상대로 한 성행위를 목적으로 하
                                                           는 GHB 거래가 잦아진 이유다.


                                                           서울 강남의 한 클럽 대표는 “5년 전부터 강남에서 GHB 판매를 허가하지 않는 곳과 하는 곳의 흥행 여부가 달랐다”며 “아예
                                                           GHB 구매가 불가능한 대형 1차 클럽과 GHB 구매가 가능한 2차 클럽을 구분해 1차에서 2차로 넘어가며 노는 흐름이 당연
                                                           한 수순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버닝썬 게이트 이후 잠시 클럽들이 눈치를 보긴 했지만 마약을 거래하지 않으면 클럽 VIP들이 오지 않는다”며 “
                                                           룸이 존재하는 이유는 술을 먹기 위함도 있지만 마약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 더 크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클럽마다 판매
                                                           하는 외부인이 자리하는 곳이 있는데 보통은 화장실 앞에서 거래한다”며 “화장실 앞에서 구매한 뒤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하고 나오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VIP 고객의 경우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아예 준비를 해놓기도 한다”며 “지금은 뜸하지만 중국이나 홍콩, 동남아시
                                                           아에서 오는 VIP나 VIP의 게스트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있는데, 영업하는 MD들이 이들이 원한 여성을 룸으로 데리고
                                                           가면 GHB를 몰래 탄 술을 건네 정신을 잃게 한 뒤 관계를 하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버닝썬 게이트 당시 경찰은 버닝썬 대표가 클럽의 영업 담당 MD와 함께 GHB를 투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클럽 안에서 벌
                                                           어진 GHB 성범죄의 실체는 밝히지 못했다. GHB가 가진 특성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 8월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 소개된 케이스를 보면 수사의 어려움을 정확히 알 수 있다. 20대 여성 D씨는 3년 전 강남의 한 클럽에서 태국
                                                           인 남성을 만나 술을 마셨으나 그 후 기억이 끊겼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리니 자신이 깨어난 곳은 서울의 한 호텔. 해당 남성은 태국에서도 유명한 부자였다. D씨는 곧바로 성폭행
                                                           을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호텔 안에 자기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CCTV 영상 등이 발목을 잡았다. 피해자는 기
                                                           억이 ‘블랙아웃(단기 기억상실)’ 상태였기에 영상 속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수사기관이 처벌할 수 있는 증거도 없었다.

                                                           “몸에서 금방 빠져나가 처벌 어려워”
                                                           보통 마약은 짧으면 1~2개월, 길면 6개월 이상도 체내에 남아 있다. 머리카락에서 장기간 투약 확인이 가능한데, GHB는 24
                                                           시간이면 체내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GHB가 섞인 술이나 음료를 먹은 기점을 고려할 때 성범죄를 당한 당일 오전에 검사해
                                                           야만 입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수사 구조나 현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마약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마약은 ‘혼자  남자친구로부터 GHB가 섞인 술을 먹고, 불법 촬영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20대 여성 장 아무개 씨 사건을 보면 GHB의 무서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함’이 목적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 클럽  움을 잘 알 수 있다. 장 씨는 2020년 7월 호프집 화장실에서 1시간 동안 경찰을 기다렸다. 남자친구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봤
            일대에서는 ‘투약 대상을 정신 잃게 만들기 위한 목적’의 마약             다가 몰래 자신의 몸을 촬영한 사진을 발견한 것. 이때까지만 해도 ‘몰카’가 범죄의 주요 사건이었다.
            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출동 후 사건은 커졌다.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안에는 성관계를 하면서 촬영한 영상도 있었는데 이는 장 씨가 기
            바로 GHB(감마 하이드록시부티르산)이다. 버닝썬 게이트 이              억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남자친구는 “술을 먹고 난 뒤에 해서 그렇다”고 경찰에 해명했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후 널리 알려진 GHB는 1990년대 후반 미국을 거쳐 우리나             평소 주량을 감안할 때 와인 1~2잔에 취할 리 없다는 게 장 씨의 주장. 장 씨는 GHB를 의심하고 있다. 장 씨의 아버지는 “동
            라에 등장했다. 당시에는 물에 탄 필로폰이라고 생각해 ‘물뽕’             영상은 경찰서에서 본 적이 있는데 영상 속에서 딸의 눈동자가 돌아가 있었다”며 “GHB라고 불리는 물뽕에 당했을 것이라고
            으로 불렸는데 GHB는 무색무취의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 직후, GHB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장 씨의 몸에서 마약을 찾는 조치도 하지 못
            GHB는 본인보다 상대방을 무력하게 만드는 목적이 강하다                했다. 경찰은 결국 남자친구를 무혐의 처리했다. 영상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등 의식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나라에 GHB가 등장한 이후 24년 동안 성범죄 사건에서 GHB가 증거물로 검출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GHB, 물뽕
             술에 섞어도 티가 나지 않고, GHB를 탄 술을 조금만 마셔도  이 강남 클럽을 일대로 기승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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