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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칼럼
























            사혈 이야기 1편










            이번 칼럼에서는 2회에 걸쳐 사혈瀉血 요법에 대해서  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혈은 왜 생길까요?
            알아보겠습니다.                                        사혈치료는 서양에서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 의학사를 살펴보면 사혈 치료가 자주 등장합니                    첫째, 외상이나 내출혈로 인해서 생깁니다. 높은 곳에
            사람들은 몸에 아픈 곳이 생기면 아픈 부위를 뽑아내                    다. 기원전 4~3세기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피를 뽑                  서 떨어지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출혈이 생기면 혈맥
            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뽑아낸다는 행위로 치료가 되                   는 치료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을 떠난 혈액은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서 응
            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능은 아픈 부위를 제거하려 합                    페르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동물                  결되어 어혈이 됩니다. 인체는 이런 어혈을 자체 필
            니다. 사혈은 이러한 인간의 가장 직관적인 생각의 발                   을 뿔을 이용해 사혈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터(비장이  오래된  피를  걸러냅니다.)로  걸러내서  처
            현으로 생겨난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피를 뽑아서 치                                                                   리합니다. 하지만 노약자나 혈이 부족한 여성은 어혈
            료하는 행위는 인류 의학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사혈의 또다른 형태인 거머리를 이용한 사혈법도 있                    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 병증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습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기원전 69년 기
            기원전 475~기원전 221에 편찬된 『황제내경』에는 다                 원전 30년)는 거머리 치료를 받고 율리우스 카이사르                  둘째, 오랜 병으로 진액을 소모한 경우입니다. 질병이
            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거머리를 이용                  오래되면  반드시  정기가  쇠약해지고  혈을  움직여주
                                                            한 치료법은 현대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재해석되어  는 작용이 많이 떨어집니다. 어혈은 몸 안에서 남아서
             “동쪽의 지방은 천지가 비로소 시작되는 곳이고 바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대 의학으로 풀기 힘든 난제들(                  새로운 피의 흐름을 막습니다. 새로운 피는 움직이지
            닷가에 접하여 사람들이 생선과 짠 음식을 즐겨 먹고  수술 후 혈액 응고 방지, 혈액 순환 개선, 혈관 재결합  못하고 어혈이 되고 맙니다. 눈앞에 무언가 어른거리
            거처는 대개 안온하다…. 동방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2004년에 미국 식품의약                                    며, 가슴이 잘 뛰고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며 이곳 저
            피부가 성글고 검은색이며, 주로 앓게 되는 병은 종양                   처(FDA)는 거머리를 공식 ‘의료기구’로 승인합니다.                 곳 아픈 곳이 많이 생깁니다.
            (종기나 부스럼 같은 것)이다. 그런 까닭에 치료에는
            폄석을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격적인 사혈 치료를 설명하기에 앞서 어혈의 개념                    셋째, 칠정(七情 : 기쁨, 성냄, 근심, 깊은 생각, 슬픔,
                                                            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려움,  놀람)에  상하는  것입니다.  기쁨도  지나치면
            폄석,石은  돌로  만든  침입니다.  석침石針(돌침),  침                                                             심장을  상하게  합니다.  성냄은  간肝을,  깊은  생각은
            석鍼石이라고도 합니다. 종기를 째는 등의 외과적인  여러분은 ‘어혈’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비脾를, 슬픔은 폐肺를, 두려움과 놀람은 신腎을 상하
            치료를 하는데 사용되었던 의료기구 중 하나입니다.                                                                    게 합니다. 기가 순조롭지 못한 장기들은 정상적인 혈
            폄석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금속 재                    무언가  찐득찐득하고  독성이  있고  검은색에  가까운  의 순환에 지장을 줍니다. 순환하지 않는 혈은 곧 어
            질로 바뀌게 되고 오늘날의 구리침銅針,철침鐵針,은                     색깔… 등을 생각하시겠죠. 맞습니다. 어혈이란 비 생                  혈이 됩니다.
            침銀針,금침金針이 됩니다. 침도 초기에는 사혈을 위                    리적인 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혈액은
            한 도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                   우리 몸을 돌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하지만, 어                 다음  편에서는  부항을  이용한  사혈법과  명의名醫들
            쪽 지방은 한반도를 말하고 폄석은 침의 원형이기 때                    혈은 흐름이 지체되고 성상에 변질이 생겨 제 할 일을  이  즐겨  쓰는  자락刺絡  요법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
            문에 침술의 역사는 중국보다 한국이 앞선다는 주장                     못 하는 혈액입니다.                                    습니다.
                                                                                                                                  모자한의원 원장 오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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