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 Mylife Weekly 793 ::
P. 34
MY Article / 칼럼
사혈 이야기 1편
이번 칼럼에서는 2회에 걸쳐 사혈瀉血 요법에 대해서 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혈은 왜 생길까요?
알아보겠습니다. 사혈치료는 서양에서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 의학사를 살펴보면 사혈 치료가 자주 등장합니 첫째, 외상이나 내출혈로 인해서 생깁니다. 높은 곳에
사람들은 몸에 아픈 곳이 생기면 아픈 부위를 뽑아내 다. 기원전 4~3세기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피를 뽑 서 떨어지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출혈이 생기면 혈맥
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뽑아낸다는 행위로 치료가 되 는 치료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을 떠난 혈액은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서 응
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능은 아픈 부위를 제거하려 합 페르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동물 결되어 어혈이 됩니다. 인체는 이런 어혈을 자체 필
니다. 사혈은 이러한 인간의 가장 직관적인 생각의 발 을 뿔을 이용해 사혈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터(비장이 오래된 피를 걸러냅니다.)로 걸러내서 처
현으로 생겨난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피를 뽑아서 치 리합니다. 하지만 노약자나 혈이 부족한 여성은 어혈
료하는 행위는 인류 의학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사혈의 또다른 형태인 거머리를 이용한 사혈법도 있 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 병증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습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기원전 69년 기
기원전 475~기원전 221에 편찬된 『황제내경』에는 다 원전 30년)는 거머리 치료를 받고 율리우스 카이사르 둘째, 오랜 병으로 진액을 소모한 경우입니다. 질병이
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거머리를 이용 오래되면 반드시 정기가 쇠약해지고 혈을 움직여주
한 치료법은 현대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재해석되어 는 작용이 많이 떨어집니다. 어혈은 몸 안에서 남아서
“동쪽의 지방은 천지가 비로소 시작되는 곳이고 바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대 의학으로 풀기 힘든 난제들( 새로운 피의 흐름을 막습니다. 새로운 피는 움직이지
닷가에 접하여 사람들이 생선과 짠 음식을 즐겨 먹고 수술 후 혈액 응고 방지, 혈액 순환 개선, 혈관 재결합 못하고 어혈이 되고 맙니다. 눈앞에 무언가 어른거리
거처는 대개 안온하다…. 동방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2004년에 미국 식품의약 며, 가슴이 잘 뛰고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며 이곳 저
피부가 성글고 검은색이며, 주로 앓게 되는 병은 종양 처(FDA)는 거머리를 공식 ‘의료기구’로 승인합니다. 곳 아픈 곳이 많이 생깁니다.
(종기나 부스럼 같은 것)이다. 그런 까닭에 치료에는
폄석을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격적인 사혈 치료를 설명하기에 앞서 어혈의 개념 셋째, 칠정(七情 : 기쁨, 성냄, 근심, 깊은 생각, 슬픔,
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려움, 놀람)에 상하는 것입니다. 기쁨도 지나치면
폄석,石은 돌로 만든 침입니다. 석침石針(돌침), 침 심장을 상하게 합니다. 성냄은 간肝을, 깊은 생각은
석鍼石이라고도 합니다. 종기를 째는 등의 외과적인 여러분은 ‘어혈’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비脾를, 슬픔은 폐肺를, 두려움과 놀람은 신腎을 상하
치료를 하는데 사용되었던 의료기구 중 하나입니다. 게 합니다. 기가 순조롭지 못한 장기들은 정상적인 혈
폄석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금속 재 무언가 찐득찐득하고 독성이 있고 검은색에 가까운 의 순환에 지장을 줍니다. 순환하지 않는 혈은 곧 어
질로 바뀌게 되고 오늘날의 구리침銅針,철침鐵針,은 색깔… 등을 생각하시겠죠. 맞습니다. 어혈이란 비 생 혈이 됩니다.
침銀針,금침金針이 됩니다. 침도 초기에는 사혈을 위 리적인 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혈액은
한 도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 우리 몸을 돌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하지만, 어 다음 편에서는 부항을 이용한 사혈법과 명의名醫들
쪽 지방은 한반도를 말하고 폄석은 침의 원형이기 때 혈은 흐름이 지체되고 성상에 변질이 생겨 제 할 일을 이 즐겨 쓰는 자락刺絡 요법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
문에 침술의 역사는 중국보다 한국이 앞선다는 주장 못 하는 혈액입니다. 습니다.
모자한의원 원장 오상덕
34 www.mylifeweek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