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 Mylife Weekly 807 ::
P. 34

MY Article / 칼럼
























            모자 한의원의







            맥아 만드는 날









            어린이 한약, 엿, 식혜, 맥주, 위스키, 마일로(코코아  함께 쑤어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순서대로 넣고 하                                   에서는 “체기가 있는 경우는 소화를 시키지만, 체기
            분말)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것이 있습니다. 언뜻 보기                   루 정도 지나 소금으로 간을 하면 고추장이 됩니다.                   가  없는데  오래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소모시킨다.
            에 서로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정답은 보리(Barley)                한방에서는  싹이  난  보리를  맥아(麥芽)라고  부르며  만약 오래 복용할 경우에는 백출 등과 같이 쓰면 해
            입니다. 보리의 재배역사는 7천~ 1만 년 정도로 알려                  약재로 사용합니다. 자주 쓰이는 약재입니다. 대부분  가 없다.”고 했습니다. 장복할땐 백출과 함께 복용해
            져 있습니다. 긴 재배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방면에서  환자들은 소화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데, 맥아를 넣어  서 원기 소모를 방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맥아가 임
            활용되고 있습니다.                                      탕전하면 소화 흡수가 잘됩니다. 한약재 중에는 소화  신부에겐 좋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의서에서 임신부
                                                            흡수가 쉽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노련한 한의사                   의 맥아 복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각별히 유의하시기
            보리는 껍질을 벗겨 씨앗으로 먹을 때가 대부분입니                     들은 이런 약재들을 탕전 할 때 맥아와 신곡을 넣고  바랍니다.
            다. 보리밥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조금 발아                   몇 시간 발효합니다. 발효가 진행되면 약재들의 굵은
            를 시켜 쓰기도 합니다. 보리에서 싹이 날 때 자신의  분자들은 작게 분해됩니다. 그만큼 소화하기 편하게
            녹말을 분해하는데 이때 아밀라아제 효소가 만들어집                     됩니다.  ‘소건중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자주 배
            니다.  아밀라아제는 곡식의 전분을 분해하고 당화시                    앓이를 하고 허열이 지나쳐 코피를 자주 쏟거나 손발
            키는 작용이 뛰어납니다. 아밀라아제를 한껏 품은 보                    이 뜨거운 증상을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보약입니다.
            리는 여러 가지 식품에 사용됩니다. 이제 하나씩 살                    이 처방에는 교이膠飴라는 약재가 들어갑니다. 교이
            펴보겠습니다.                                         는 우리가 아는 쉬운 말로 조청입니다.  조청도 맥아
                                                            를 이용해 만듭니다. 요즘은 올리고당을 사용한다고
            엿기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일부 지역에서는 엿질                     하지만 우리 한의원에서는 직접 조청을 만들어서 사                    광활한 호주의 들판에 보리가 익어서 수확되는 계절이 오
            금, 엿길금이라고 도 부릅니다. ‘질금’이나 ‘길금’은 땅                용합니다. 조청을 만드는 날이면 떡집에서 절편을 사                   면 우리 한의원에서는 일 년 동안 사용할 맥아를 직접 만듭
            속에 묻지 않고 싹을 낸 것이란 뜻입니다) 싹이 난 보                  다가 꿀떡을 이웃들과 나눕니다.                              니다.  맥아의 품질은 약의 맛이나 소화 흡수에 영향을 주
            리를 잘 말린 뒤 으깬 것입니다. 엿기름은 식혜를 만                                                                  기 때문에 직접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맥아의 품질
            드는 원료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식혜는 제사상에                    맥아는 특히 소양인에게 좋은 약이 됩니다. 보리는 시                  이 떨어지면 그 속의 전분이나 단백질이 소화에 지장을 주
            도 항상 올라가는 우리 전통 음료입니다. 어릴 적 어                   원한 성질을 갖고 있어서 쉽게 위열胃熱이 생기는 소                   고 약의 맛을 텁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발아를 시켜 2
            머니나 할머니가 해주시던 식혜를 드셔본 분들이 많                     양인에게 잘 맞습니다. 평소에는 보리차 위주로 먹다                   일이 지나면 싹이 0.5~1cm 정도 자랍니다. 싹이 날 때 열
            을 겁니다. 설탕으로 단맛을 낸 식혜가 아닌 엿기름                    가 소화불량이 있거나 체했을 때는 맥아를 으깬 엿기                   이 발생합니다. 자신의 녹말을 분해해서 당분으로 만드는
            과 밥알이 삭혀지면서 나오는 단맛은 확연히 다르죠.  름을 살짝 볶아서 갈아 마시면 좋습니다. 잇점이 많                                     과정에서 생기는 열입니다. 손을 넣어보면 손이 따뜻해 질
            고추장에도 엿기름이 사용됩니다. 엿기름을 찹쌀죽과  은 맥아도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본초강목』                                     정도입니다. 이때 발아를 중단시키고 잘 건조 시킵니다.
                                                                                                                                  모자한의원 원장 오상덕


              34 www.mylifeweekly.com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