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 Mylife Weekly 807 ::

MY Life / 라이프
책소개

언제 노인이 될까? 만 65세가 지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노년기의 선행 학습이다. “초보노인입니다”
걸까? 혹은 ‘어르신 무료 교통카드’를 발급받은 날을 국가 공인
노인이 된 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공단의 2022년 조 10회 브런치북에 응모된 8150여 편의 작품 중, ‘늙음’을 마주한
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인식하는 ‘노인이 되는 시점’은 평균 이의 푸념이자 관찰 기록인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는 단연
69.4살이다. 이처럼 단순히 행정적 기준에 따라 정의할 수 없 새로운 매력을 보여 준다. 가능한 먼 미래로 미뤄 두고 싶은 노 “처음엔 너무 이상했어요. 내가 노인이라니.”
는 ‘노인 됨’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년의 삶을 조금 일찍 마주쳐 버린 이의 솔직한 토로는 천만 실 여전히 젊은 채로 ‘늙음’을 맞닥뜨린
버 시대에 필요하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이야기다. 초보 노인의 노년기 선행 학습
처음으로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은 날. 거울에 비친 내 얼굴
에서 휑한 머리와 선명한 주름이 눈에 들어온 순간. 쉽게 해냈 입주민이자 관찰자로서 그려 내는 실버아파트의 풍경과 평온
던 일을 하며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 동년배의 부고가 하나둘 하고도 다이내믹한 노인들의 면면은 예상을 벗어나며 궁금증
들려오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죽음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을 자아낸다.
시기. ‘내가 노인이라고?’ 거듭 되묻고 ‘내가 노인이라니.’ 하고
낯설게 받아들이는 노년기 초입의 풍경이다. 실버아파트의 이야기에 ‘초보 노인’이 겪는 낯섦과 두려움, 자조
와 긍지의 이야기가 더해져 완성된 『초보 노인입니다』는 비슷한 당
10회 브런치북 수상작인 김순옥의 에세이 『초보 노인입니다』는 혼란을 품고 노년기에 들어선 ‘젊은 노인’들 그리고 언젠가 지 당
이제 막 노년기에 진입한 60대 저자의 솔직한 수기이자 노년기 나게 될 인생 3막의 여정이 궁금한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에 대한 섬세한 관찰기다. 에세이의 배경은 노인들을 위한 맞춤 나이 듦에 하
형 주거지, 실버아파트다. 실버아파트는 다른 세계였다. 실버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그냥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 산다는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게
입주민의 평균 나이가 80대인 실버아파트는 은퇴 후 살아가기 예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난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덜컥 실
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그저 가격이 싼 새 아파 버의 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좌충우돌, 고군분투의 삶은
트라는 이유로 실버아파트에 입주했던 저자는 스스로 아직 노 시작되었다. 매우 조용히.
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들어가며」중에서

“나이가 숫자 60이라는 것과 노인이라는 자각은 별개의 문제 “아유, 한창인데 여길 빨리 들어오셨네. 이제 60이나 되셨나?”
였다. 나는 실버아파트에서 초보 실버인 나의 실체를 만난 것 자세가 상당히 곧고 옅은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할머니는 80대
이다. 생각과 실체의 간극이 크니 혼란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중반쯤으로 보였다. 펌을 한 은갈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밝은 핑
크빛의 두피가 살짝살짝 드러났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60은
노년의 현실을 마주한 혼란 속에서 저자는 실버아파트의 노인 넘었고요. 할머니 정말 고우시네요.” 무슨 섬유 유연제를 쓰시
들과 함께 먹고 산책하고 대화하며 노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 나 궁금했지만 내가 묻기 전에 할머니가 먼저 시작했다.
려 본다. 우리들 대부분이 마주할 미래이지만, 관찰한다고 해서 ---「젊고 예쁜 여자」중에서

38 www.mylifeweekly.com
38 www.mylifeweek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