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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각 빨리감기’ 시대의 디저트’


            탕후루 열풍













                                                             겠다”며 연일 경각심을 내세웠다. 급기야 유명 탕후루 전문              저작력이 치아 끝으로 전달됐을 때 그 에나멜층이 과일을 감
                                                             프랜차이즈 관계자가 청소년의 설탕 과소비 문제 점검을 사               싸고 있는 그 설탕층의 어떤 견고함을 빠직! 하고 부서뜨릴
                                                             유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탕후루 인기는 식              때의 어떤 그 쾌감! 그리고 그 최외곽의 설탕층을 부수고 들
                                                             을 줄 모르니 홍보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어갔을 때 에나멜층과 과일의 과즙이 접하는 순간. 그리고
                                                                                                           좀더 치아를 꽉 깨물어서 그 과즙이 터져나올 때 우리 혀에
                                                             누군가는 탕후루도 과거 대왕카스테라, 벌집아이스크림처                 있는 미뢰(구강 세포)들이 느끼는 그 감정. 그리고 그때 알싸
                                                             럼 그저 지나갈 유행으로 치부한다. 그럼 탕후루는 왜 2019            하게 치아에 전달되는 그 냉한 감각.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
                                                             년쯤 반짝 뜨고 주춤했다가 다시 유행하게 됐을까?                   러져서 엄청 맛있습니다.”


               2023년을 기억할 주요 장면이라면 탕후루 열풍이다. 탕후              요즘 사람들은 음식을 입뿐 아니라 눈으로, 말로, 귀로 두루             “제로콜라로 주세요.” 그리고 “탕후루 주세요”. 지금 시대의
               루는 설탕옷을 입힌 딸기, 샤인머스캣, 사파이어포도 등의               맛봐야 직성이 풀린다. 웹예능 <워크맨2>에서 탕후루 카페              모순적인 주문이다. 디저트뿐 아니라 소주, 비타민음료까지
               과일을 막대에 알알이 꽂아 파는 간식이다. 중국 전통 간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방송인 장성규에게, 카페 사               ‘제로 슈거’(Zero Sugar)를 찾고 저속노화 식단을 강조하면
               식으로 인천 차이나타운과 서울 명동 등지에서만 팔다가,                장님은 이렇게 강조한다. “요즘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인스             서, 설탕 범벅 고혈당 유발 디저트가 범람하는 현상이 공존
               2023년 초부터 알고리즘을 타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혀               타 각’이냐 아니냐예요.” 탕후루가 처음 뜬 것은 색색의 영롱            하는 이유는? 현대인에게 보디프로필(Body Profile)과 디저
               를 휩쓸었다.                                       한 과일 구슬 빛깔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유행을 탄             트프로필 모두 놓칠 수 없는 정체성이 됐으니까.
                                                             것은 ‘유튜브 각’ 덕분이다. 유튜브 알고리듬의 선택을 받기
               탕후루를 넣은 에이드•빙수•하이볼과 같은 변주는 물론이                위해서는 청각과 표현을 자극할 줄 알아야 한다.                    청소년 사이에서 탕후루의 사회적 의미는 성인보다 두텁다.
               고 과일뿐 아니라 오이•고구마•어묵에도 설탕옷을 입혀 구                                                             탕후루는 달콤함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거나 틱
               색을 갖춘 ‘탕후루 오마카세’까지 등장했다.                      먼저 청각. 탕후루 유행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먹방              톡에서 먹방이나 제작 영상을 찍어 ‘좋아요’ 받기 좋은 비주
                                                             유튜버들이 주도했다. 딱딱히 굳은 설탕 코팅막끼리 청량하               얼, 여기에 건강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규칙을 비교적 ‘합법
               불티나는 수요를 맞추려 월급 375만원짜리 탕후루 아르바               게 맞부딪치는 소리, 이로 과육을 파고드는 소리와 감미로워              적으로’ 깰 수 있는 쾌락까지, 이 모든 걸 비교적 부담 없는
               이트 구인 공고가 뜨고, 탕후루 아르바이트 일일 체험을 하              죽겠다는 표정까지. 딱 15초 단위의 쇼츠(Shorts) 구간 내에         가격(4천원가량)에 누리게 해준다.
               는 콘텐츠도 인기다. 탕후루 느낌을 구현한 립•네일 메이크              승부를 볼 수 있는 감각이다.
               업 제품이 출시되는가 하면, 멸치볶음과 맛탕이 탕후루냐 아                                                            당뇨•비만과 충치 그리고 탕후루를 직접 만들 때의 화상 위
               니냐라는 논쟁까지 불붙었다. 한편에서는 치과의사 등 의료               다음은 기막힌 맛 표현으로 ‘떡상’한 치과의사 유튜버 매직              험에서 청소년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 금지가 아닌, 탕후
               전문가들이 탕후루 중독에 대해 “조만간 강남에 집 살 수 있             박의 탕후루 먹방 멘트다. “‘겉바속촉’이에요. (…) 저희 턱의          루를 대체할 놀이문화를 그들에게 쥐여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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