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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ews•AUSTRALIA / 호주뉴스





















         “골프인생 이런 광경 처음이야”                                ‘와인의 나라’ 호주가 포도나무                               고 우려했다. KPMG 와인 분석가 팀 메이블슨 역시 전국

         호주 골프장 침공한 ‘캥거루’ 군단                              수백만그루 뽑아내는 이유                                   적으로 2만헥타르의 나무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세계적으로 와인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세계 5위 와인 생                 호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와인 산업은 신종 코로나
                                                          산국인 호주에서 공급 과잉이 지속되자 수백만그루의 포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기를 걷는 상황
                                                          도나무가 폐기처분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10일(                이다.
                                                          현지시간) 보도했다.
                                                                                                          뜨거워지는  바다…세계  최대  호주
                                                          CNN은 “전 세계 와인 소비 감소로 인해 호주의 대표 수출  산호초 또 대규모 백화현상

                                                          상품인 레드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감함에에 따라 큰 타격
                                                          을 입고 있다”며 “호주는 지난해 기준 2년치 생산량인 20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골프 코스에서 게임이 일체 중단되                   억리터를 저장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 수영장 860개를 채
         는 소동이 벌어졌다. 갑자기 나타난 캥거루 떼가 골프장 주                 울 수 있는 양”이라고 전했다.
         변을 돌며 난동을 부린 탓이다. 지난 8일 호주 거주자 스티
         븐 로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영상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소유주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와인 저장량을 처
         영상은 호주 빅토리아주 헤리티지 골프 코스에서 촬영된                    분하고 나서면서 방치된 와인이 썩고 있다”고 덧붙였다.
         것으로, 어림잡아 수백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캥거루 떼
         가 골프장을 횡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로셰는 영상을 두고                  호주산 와인의 약 3분의 2는 그리피스 같은 내륙 지역에
         “진짜배기 난동”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 재배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약 110만그루의 포도나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세계 최대 산호
                                                          무가 뽑혀 나갔다.                                      초  군락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또 대규모 백화(白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헤리티지 골프, 컨트리클럽 두 개 코스에 걸쳐 캥거
         루들이 꽤 있다”면서도 “(캥거루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와인 수요가 줄면서 원재료인 포도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8일 일간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따르면 그레이트 배
         난생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못하고 있다. 주류 업체 단체인 와인오스트레일리아에 따
                                                          르면 그리피스에서 포도 가격은 지난해 t당 평균 304호주                리어 리프 해양공원 관리청(GBRMPA)은 최근 항공조사를

         결국 해당 골프장은 캥거루 떼가 전부 지나갈 때까지 제대                  달러(약 26만원)로 2020년 659호주달러(약 57만원)에 비            진행하고 있다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역에서 대량의
                                                                                                          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 경기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장면을 촬영한 또                  해 절반 이상 하락했고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른 골프장 이용객은 “(캥거루들의 횡단이) 영원히 지속되                                                                 백화 현상은 산호가 하얀 골격을 드러내 ‘산호 표백 현상’
         는 줄만 알았다”고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호주  현재  매체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리버랜드의                이라고도 불린다. 수온이 크게 올라 산호에 색상과 에너지
                                                          경우 포도 생산 비용은 t당 300달러 정도인데 포도주 양                를 제공하는 작은 조류(藻類)가 떠나거나 죽으면 나타난다.

         이 골프장에서 ‘캥거루 난동’이 펼쳐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                조장에 팔리는 가격은 t당 120달러”라고 설명했다.                   백화 현상이 계속되면 산호는 성장이 더뎌지고 질병에 취
         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해당 골프장은 캥거루들의 빈번                                                                  약해져 결국 죽게 된다.
         한 침입을 막기 위해, 인근에 서식하는 캥거루를 제거할 계
         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GBRMPA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가운데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면서 백화 현상이 나타난 것
         이 계획은 대중의 강한 반대로 인해 무산됐고, 대신 골프                                                                  으로 보인다며 심각성을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수중 조
         장은 캥거루 서식지 인근에 펜스를 세워 침입을 막고 있다.                                                                 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캥거루는 이따금 펜스를 넘
         어 골프장을 가로지른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섭씨 21.06도
         호주에서 캥거루가 인간 주거지로 침입해 들어오는 일은                    호주 그리피스의 농부 단체 리버리나 와인그레이프 그로                   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비일비재하다. 2016년 발표된 호주 당국 보고서를 보면,                 스의 제레미 카스 대표는 “시장 균형을 맞추고 가격을 올리
         호주에는 약 4400만마리의 캥거루가 서식한다. 동일한 해                 기 위해선 그리피스 전체 포도나무의 4분의 1은 뽑아야 한                이 때문에 호주 정부도 산호초 보호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
         에 호주 인구 2400만명의 약 2배에 달한다. 사실상 캥거                다”고 설명했다. 이는 1만2000헥타르에 걸쳐 2000만그               를 약속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3% 줄
         루야말로 호주 대륙의 ‘지배종’인 셈이다.                          루 이상의 나무들이 뽑는 것으로, 호주 전체 면적의 약 8%               이겠다는 기후법안도 제정했다.
                                                          를 차지하는 규모다.

         개체 수 통제가 어렵다 보니 호주 당국도 캥거루 관리에 골                                                                 하지만 호주 해양 보존 협회의 산호초 운동가 리사 쉰들
         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캥거루가 농가에 침입해 작물을 망                 다른 지역의 와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주 서부                 러 박사는 “기후법대로 탄소 배출을 줄이더라도 산호초의
         치는 일이 늘어나면서, 2019년부터는 제한적인 사냥을 허                 의 한 와인 제조업체 관계자는 “호주의 포도나무 절반을                  99%를 잃게 될 것”이라며 “호주와 전 세계가 더 많은 일을
         가하기도 했다.                                         제거해도 과잉 공급 현상을 해결하는데 역부족일 수 있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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