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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가 더 끌리는 이유,




             팝핀현준&박애리 부부 #2




             너무나 다른 한 쌍의 부부 팝핀현준과 박애리.

             반대라서 더 끌린다는 결혼 14년 차 부부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해 들었다.



         부부가 서로에게 절대 해선 안 되는 행동을 꼽으면요?                    이견 없는 육아, 갈등 없는 고부 관계                          결혼과 동시에 시어머니와 한 지붕 아래 살게 됐다고 들었어요.

         애리 행복을 공유하는 건 쉽지만, 속상하고 힘든 일을 털어놓는               슬하에 13살 딸을 키우고 있는 팝핀현준·박애리 부부. 두 사람            애리 결혼 전에 현준 씨가 제게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그동안 어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그래               은 아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그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              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혹시 함께 살 의향이 있느냐고. 저는
         요. 그런데 감추다 보면 골이 깊어져요. 힘든 일을 혼자 끙끙 앓             는 데 주력한다. 책상 앞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어요. 어머님은 처음부터
         는 사람도, 상대방이 힘든 것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모두 스트               고 믿는 이 부부의 공통된 교육 방침이다. 스스로 일깨우는 힘,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어요. 그런 어머님에게 예쁨을 받고
         레스를 받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이든 같이 짊어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한 가지도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딸아이             싶었고, 자식 된 도리로 잘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지자고 약속했어요.                                       가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깨닫길 바라는, 틀에 박히지 않아 조금             지금은 어머님이 반대로 저희를 키워주고 계세요.(웃음) 일하는
                                                          은 특이한(?) 교육법이다.                                며느리라고 부엌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세요. 자식들에게 밥
         현준 저는 집안의 가장, 남편은 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어                                                               을 차려주는 게 당신의 큰 행복이니 저에겐 바깥일만 신경 쓰라
         요. 보통 가장은 가정을 위해 버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자녀 교육에 대한 의견은 어떻게 조율하나요?                       고 말씀하세요. 어느덧 어머님과 함께 산 세월이 14년이에요. 하
         데, 그게 독이 되는 거 같아요. 부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루에 1~2시간 동안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그
         를 나누지 못하면 어디에서 힘을 얻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                애리 우리 부부는 자식을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해              시간이 제겐 큰 힘이 돼요.
         람한테도 내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면 가정에 좋은 영향을 미                 요. 남편이 살아온 궤적과 살아가는 방식을 지켜보면서 아이에
         칠 수가 없어요.                                        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공부              현준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당신의 딸이 아닌데 어떻게 막 대할
                                                          만이 답은 아니라는 걸 남편을 통해 배웠으니까요. 그래서 아이             수 있냐고 하세요. 서로 배려하고, 그 모습을 매 순간 감사하게
         애리 그리고 당신이 틀렸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아요. 설령 상대              가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기면 그때 서포트해도 늦지 않다고 의견             생각하면서 살면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더라고
         방이 제 생각과는 다른 행동과 결정을 해도 그럴 수 있다고 받아              을 모았어요. 어느 날 딸이 학교에서 영어 단어 시험을 치렀는데            요. 아내도 어머니한테 정말 잘해요. 아들인 저에겐 없는 살갑고
         들이죠. 세상엔 정답이 없는 일이 더 많으니까요. 다름을 인정하              0점을 맞았대요. 그냥 한바탕 웃어넘겼어요. 학부모 상담에 다             다정한 면모가 아내에겐 있어요. 어떤 때는 아내와 단둘이 데이
         면 다툴 일이 현저히 줄어들어요. 현준 씨는 행동이 빠른 반면,              녀왔는데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행복 지수가 상당히 높다고 했              트하고 싶은데, 아내는 무조건 어머니한테도 같이 외출하자고
         저는 느려요. 그런데 현준 씨는 한 번도 저를 답답해하지 않았어              거든요. 아이가 행복한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말해요. 가끔은 제가 사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그럴 수밖에 없을 거 같다는 따             현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적인 학
         뜻한 말을 건네요. 제가 현준 씨한테 많이 배워요.                                                                    좋은 고부 관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습 환경만 만들어주고, 이외에는 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저는 고등학교를 두 번 졸업했어요. 성인이 된 후            애리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인 거 같아요. 우리 어머님은 저
         서로를 향한 애정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에 배우는 건 또 다른 의미더라고요. 제 경험을 아이에게 접목             의 좋은 점만 보려고 하세요. 같이 살다 보면 부족한 모습이 보
         애리 신혼일 때 주변 지인들이 3년만 살아보면 지금 같지 않을               하려고 해요. 아이에게 언제든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공부는              일 텐데 그런 부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아요. 가끔 어머님께서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우리의 애정 전선은 그대               바뀔 수 있고, 지금 배우고 싶은 것이 없어도 조바심을 낼 필요            제게 느닷없이 고맙다는 말을 하실 때가 있어요. 이유를 물어보
         로니까 이번엔 10년만 살아보면 권태기가 올 거라고 하더라고                가 없다고 말해줘요.                                    면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들 테니 표현할 수
         요. 배우자가 괜히 미워지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이야기                                                               있을 때 더 많이 고맙다 말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세요. 어머
         를 들었어요. 그런데 결혼 14년 차인 지금도 처음과 같아요. “내            훈육은 어떻게 하나요?                                   님께 받는 사랑을 생각하면 저 또한 어머님께 잘하고 싶은 마
         가족을 직장 상사처럼만 대하라”는 말이 맞아요. 사회에서 타인               현준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아요. 아무리 아이가 잘못을 해도 언            음이 더 커져요.
         을 대하는 것처럼만 가족을 다정하게 대하면 남들이 말하는 권                성을 높이는 건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발화하는 거
         태기가 오지 않는 거 같아요.                                 라 생각해요. 아이에게 소리치는 자체가 부모와 자식 간의 권위             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현준 부부 관계에 있어 통계를 믿지 않아요. 어떤 경우든 통계               를 보여주는 거예요. 화내지 않아도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다는             현준 지난날 겪었던 모든 우여곡절이 아내를 만나기 위함이었
                                                                                                         던 거 같아요.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사람을 지켜줄
         를 벗어난 사람이 있어요. 한번은 애리 씨가 평생 연애만 하고               걸 잊지 않아요. 훈육은 제가 어른으로서 더 많은 경험을 했기             힘을 길러야 해서 그만한 고생을 한 것처럼 여겨져요. 아내를 보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결혼하면 사랑이 식을까 봐 그랬대요.              때문에 아이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예               면서 미처 달래지 못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달래요. 아내는 저를
         그때 저는 세상에 있는 99%의 부부가 변해도 우리는 1%에 속              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치유하는 사람이에요.
         할 거라고 말했어요. 인생을 살아오면서 저는 늘 통계 밖에 있               서 “아빠가 정답이 아닐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해줘요. 아내한
         는 사람이었어요. 춤추면 망한다고 했는데 저 안 망했어요. 그               테 하듯이 아이에게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빠르               애리 남편을 만난 이후 받는 것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알
         리고 좋은 학교 나오지 못하면 망가진다고 했는데, 저 전혀 망               게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고 말해요.                           게 됐어요. 천재는 다 비운이라고 하던데, 저는 남편의 천재적인
         가지지 않았어요.(웃음)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나도 잘 살 수               애리 남편의 말처럼 인상을 쓰지 않고도 훈육할 수 있더라고요.             재능이 행복 안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남편이라
                                                                                                         는 예쁜 보석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죠. 낯간지럽지만
         있다고 믿어요.                                         제 딸의 등짝 한 번 때려본 적이 없어요. 굳이 매를 들지 않아도
                                                          엄마가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면 알아듣거든요. 무서운               현준 씨는 세상이 제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에요.
                                                          표정을 짓지 않아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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