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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발트해의 숨은 진주 탈린



                                                                                  오를 때 힘들었던 만큼 내리막길은 힘 안들이고 천천히 걸었는데도 어느새 덴마크왕의
           Episode 05.                                                            정원(Danish’s  King  Garden)에  도착하였다.  ‘왕의  정원’이라는  이름에  비하여  정원

                                                                                  자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여러  종류의  화초와  나무들  그리고  벤치  뒤로  보이는  성
                                                                                  니콜라스 교회 첨탑이 더해져 멋진 조망을 보여주고 있다.


                                                                                  정원에는 처녀의 탑(Maiden’s Tower), 마르스탈 타워(Marstal Tower) 그리고 저지대
                                                                                  사는 서민들이 고지대를 방문하기 위하여 검문을 받던 숏 레그 게이트(Short leg Gate)
                                                                                  가 있다. 이곳에는 우리네 전설의 고향과 같은 괴담의 주인공인 얼굴 없는 세 수도사의
                                                                                  동상이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  얼굴  없는  것을  확인하니  으스스한  분위기로  자다가
                                                                                  가위에 눌릴 것 같아 괜히 봤다 싶다.


                                                                                  성벽을 따라 신시가지로 걷다 보면 커다란 광장을 사이에 두고 유리 십자가 조형물과
                                                                                  노란색의  소담한  성요한  교회(St.  John’s  Church)가  마주하고  있고  근처에  넓은
                                                                                  공원에는 일요일을 맞아 많은 가족들이 잔디에 앉아 친목을 다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곳은  러시아의  표도르  황제  기념비를  걷어내고  에스토니아  국가  독립을  위하여


         ▲성탑
         회랑을 걸으며 왕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데 그리 아름다운 정원이 아니라 조금은 실망스럽다.

         희생한 독립투사를 기리는 자유광장(Freedom Square)으로 2009년 유리 블록을 쌓아
         십자가 모양의 전승기념탑을 만들어 놓았다.


         13세기 덴마크를 시작으로 독일 기사단, 스웨덴, 러시아제국, 독일, 소련의 지배를 받다
         1991년에야  비로서  독립을  하였으니  독립국가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겨우  36년  식민지배를  받고도  지금까지도  친일
         논쟁으로 국력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안타깝다.

                                                                                  ▲얼굴 없는 세명의 수도사
         이런 긴 시간 식민 지배를 받고도 자기네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들만의 높은 문화                           사형  집행인(=망나니)으로  회개하는  마음으로  수도사가  되었으나  하나님께  귀의하지  못하고  귀신으로
         수준을 간직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졸부 모습을 보이는 우리네와 오버랩이 되니 순간                             떠돈다는 전설의 주인공들인데 실제 모자안에 얼굴없이 민민한 모습을 보면 으스스하다.
         마음이 착잡하다.


         오후에는 뇌우를 동반한 소나기가 있다는 예보가 있는지라 서둘러 귀가해서 이른 저녁을 먹고 비 갠 후 탈린 항구를
         거닐며 어제에 이어 여유로움을 즐겼는데 11시가 넘은 지금도 대낮이다.


         커튼 틈을 통하여 들어오는 강한 햇살에 눈을 뜬다. 날씨는 쾌청, 조석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한 여름의 온도가
         될 것이다. 오늘은 발트해에서 적들로부터 탈린을 수호한 뚱뚱이 마가렛 포탑(Fat Margarets Tower)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숙소에서 나와 건널목 근처로 걸어가니 좌우에서 오던 차들이 모두 서서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손으로 먼저 가라
                                             하니 되려 우리 보고 건너라고 해서 미안한 마음에 뛰다시피 건넌다.
                                             건너서 고맙다는 표시로 엄지척을 하니 차장 밖으로 자기도 엄지척으로                                          작가 프로필
                                             응수를 한다. 바다 건너 헬싱키에서도 이와 같은 멋진 경험을 여러 번
                                             하였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  짓거리(?)를  하다  가는  곧바로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비명횡사다.  이런  것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인데  과연  한국은                     생    년 : 1955年生
                                             어디쯤에 있을까?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누가 봐도 사연이 있을만한 공원 조형물은 94년 ferry 참사로 숨진 852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명을 추모하는 "the brocken lines"이다.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공원 언덕 위, 아래로 끊겨 진 철물구조물의 모습에서 바다 속에 빠진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이들의 손을 잡지 못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얼마 전 우리도 세월호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침몰이라는  큰  아픔이  있어서인지  감회가  남다른데  더  이상  정쟁의                   (부사장)
                                             대상이 아닌 죽은 이를 위한 진심 어린 회한과 슬픔으로 기리면 어떨까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자유광장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십자가모양의 ‘독립전쟁 전승기념탑’은 23.5m의 높이로 체코에서 수입한 143개의 유리블럭을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붙여 만들었다. 광장 건너편으로 지는 햇살에 노란색의 성 요한 교회가 한층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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