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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10.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것은 이 도로 운전한 경험이 많은 나이 지긋한 베테랑 운전사
         스칼잠의 노련함이다. 암튼 인도에서 자동차 여행을 마치면 세계 어느 험한 길을 가도 쫄보가
         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눈 뜨고 쫄깃하고 아슬함을 느끼기보다는 보지 않는게 나을 듯하여
         명상하는 척 눈을 감는다.


         얼마를  지났는지  집사람이  주변  풍경을  보라며  꿀잠에  빠져  있는  나를  툭툭  친다.    ‘엥!
         웬 스위스?’  눈을 뜨니 하늘로 쭉 뻗은 잘 생긴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그 뒤로는 하얀
         만년설로 머리를 치장한 고봉들이 보인다. 눈치 빠르게 가이드 잔단이 길가에 차를 세우며
         사진을 찍으라며 선심을 쓴다.


         나와  집사람과의  대화를  엿듣고  내게  잃었던  신뢰를  조금이라도  만회를  해볼까  하는
         속셈이 보인다. 내려서 볼 정도는 아니지만 잔단의 기를 살려주려 하차하여 도로 옆으로
         흐르는 작은 냇물에 손을 넣어보니 빙하가 녹은 물답게 엄청 차다. 건너편 리조트로 가려                           ▲ 빙하가 녹아서 만든 신드 강가에는 방갈로, 글램핑, 야영장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
                                                                                        조금 늦은 피서기간임에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도로를 건너려는데 달리는 차들의 속도가 장난 아니게 빨라녹녹치 않다. 게다가 우리네 차
         진행방향과 반대라 순간 헷갈려 깜놀한다.                                                   만들어 지금에 비해 상당한 시간 단축이 될 듯하다.


         오래 전 영국 갔을 때 버킹엄 궁전 인근 건널목 바닥에 “Look Left”라는 표시를 함으로 우리                  이런 산골까지 고속도로를 만드는 이유는 파키스탄과 영토 분쟁 같은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같은 우측통행 나라 방문객을 배려하던데. . .  바람이 크면 실망도 크겠지?                              군대와  전투장비를  투입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에서이다.  목적이야  어찌되었던  이곳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지금보다는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커다란
         소남마르그까지는  꼬불꼬불한  산길이지만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예상했던  시간보다                   도움이 될 듯하다. 웬 오지랖?
         일찍  도착하였다.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는  스위스인데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는  우리네
         비무장지대와 같아 경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묘한 조합이다.                                          마을 중앙에 차를 세우니 빙하까지 말로 안내할 마부들이 떼거지로 달려든다. 장시간 좁은
                                                                                  차에 갇혀 있어 조금 걸으면서 불편해진 허리를 푼 후에 말로 빙하까지 갈 것인지 결정하기로
         이곳은  1948년  파키스탄에  빼앗겼다  1971년  다시  찾아온  지역으로  아직  파키스탄과의                하였다. 해발 2,700m의 고산지역 답게 언덕을 오르니 숨이 가빠오고 머리도 약간 띵한데
         국경선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정전(停戰)상태이라서  우리나라의  DMZ에  속한                       파노라마로 보이는 풍광이 고산병을 쫓아내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마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년설  모자를  쓴  높은  산들,  산과  산  사이를  메운  빙하,  로마까지  연결되었다는  오래된
         소남마르그는 중국 운남성에서 출발한 대상들이 티벳, 카시미르를 지나 이곳을 거쳐 로마와                         실크로드 그리고 빙하물이 녹아 만들어 진 강은 조물주만이 그릴 수 있는 아름다운 한 폭의
         다른 유럽국가로 가는 실크로드의 중간 관문 역할을 하던 곳으로 나름 오랜 역사를 가진                          수채화이다.
         마을이다. 그리고 주변 경관이 유럽 대륙과 유사하고 날씨도 습하지 않아 영국 통치 시절부터
         피서를 위한 유명한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언덕을  오르며  살짝  났던
                                                                                  땀은  방향을  종잡을  수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신드 강 sind river 주위로 호텔, 리조트, 캠핑장이                   없는  세찬  바람으로  순간
         밀집해 있고 비수기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한켠에는 다음 달 9월에 개통 예정인                        없어지며  추위를  느껴
         고속도로의 마무리 공사가 분주하다. 터널을 뚫고 계곡 사이를 교량으로 연결해 직선도로를                         잽싸게 옷깃을 여민다.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  수십 마리의 말들이 타지워스 빙하까지 트레킹을                    ▲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의 모델과 한 컷 찍었는
               위해 목장에서 쉬고 있다. 최근에는 말 타기 보다                     데 체격도 좋고 멋진 젊은이다.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는 도보로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많이 수입                      내가 5년만 젊었어도 그리 주눅이 들지는 않았을
               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텐데. . .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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