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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14.
오늘은 인도 북서쪽에 위치하여 파키스탄과 중국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다크 Ladak의 主
都 레 leh 까지 220km를 달려야 한다. 거리로는 해 지기 전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겠지만
도로에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몰라 서둘러 떠나기로 하였다. 혹여 늦어져 빛 없는 밤에 험한
길을 달린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일찍 떠나려 서둘렀으나 우리 차 뒤로 주차한 운전 기사가 나타나지 않아 여러 명이 힘을
더해 막고 있던 차를 옆으로 옮긴 뒤 겨우 빠져나와 서두른 보람도 없이 예정된 시간에
떠난다. 그러고도 모두가 천하태평인데 나만 열불이 나 있는 것 같다. 착한 것인지 아니면
지들도 늘 그러니 이해를 하는 것인지 . . .
호텔 앞 다리를 건너자 마자 가파른 비포장 산길로 접어 드는데 어제와 같은 폭풍 질주로
찰나에 나를 어제의 쫄보로 되돌려 놓는다. ‘목숨이 두 개라도 이 길로 가는 것은 말리고 싶다’
는 1,550km의 스리나가르-레 도로 달리기도 오늘만 무사하면 끝이다.
갑작스레 도로 옆에 차를 세우더니 길 건너 바위를 가리킨다. 커다란 바위에 부처님이
조각되어 있고 무릎 아래로만 사찰이 지어져 밖에서도 부처님의 얼굴은 볼 수가 있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물벡 곰파 mulbek gompa로 들어가니 시주함과 그 뒤로 각종 음료수가
유리함에 보관되어 있다.
패트병에 담겨진 청량음료가 9m 거구의 부처님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아마 목이라도
축이시려면 이 정도의 양은 있어야 할듯하다. 바위면을 조각해서 만든 미륵보살상은 기원
전 1세기 쿠샨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2천년 전 조각된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원래의 모습이 훼손 없이 잘 보존되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며칠 동안 관람한 유적지마다 인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훼손이 심하여 실망을 많이 하였다. ▲ 물벡 곰파 mulbekh gompa
독실한 불교 신자인 운전기사 스칼잠은 바닥에 엎드려 티베트식 불공을 정성스럽게 드린다. 라다크 지방의 티베트 불교사원으로 9m 높이의 마애불상이 있다. 높은 바위 꼭대기
의 타르초 곁을 백노가 지키고 있다.
스칼잠이 얻은 부처님의 공덕과 내 기도에 응답주신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목적지까지
무탈할 것이 확실하다. 영국인의 애호음료인 홍차를 인도인의 입맛에 맞게 우유, 생강, 설탕을 넣어 만든 차를 ‘짜이’
라고 한다. 과잉 생산되는 홍차를 생산지인 인도에서 소비시키려 짜이를 만들었으며 이로
사방이 온통 민둥산으로 삭막한데 사원 근처 작은 마을의 부티나는 푸르름이 눈에 뛴다. 인하여 영국이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는 슬픈 사연이 있던데 . . . believe or not.
마을에 흐르는 작은 냇가가 마을 전체의 풍요로움을 책임지고 있는 듯하다.
30여분을 달려 해발 3,700m의 나미카 고개 Namika la 표지판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 잠시
쉰다. 비수기라 문 닫은 카페 앞에 거친 바람을 맞으며 좌판을 펴고 있는 노점상이 있는데
안스러운 마음에 짜이(인도 전통차)를 주문을 하니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가이드와 기사는 조금 전 짜이를 마셨는데도 사양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인도인들의 짜이
사랑이 대단하다.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 물벡 곰파의 마애석불 ▲ 정성스럽게 불공을 드리는 운전기사 스칼잠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커다란 바위에 4개의 팔과 다양한 상징물이 정교한 열흘 동안의 험한 산길 운전에도 잔잔한 미소와 겸손
양각 부조로 되어 있다. 미래에 부처로 나타날 미륵보 한 말투로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레 공항에서의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살상으로 기원 전 1세기 쿠샨 시대에 조각되었을 것으 헤어짐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으로 아쉬움
로 추정된다. 이 전해온다.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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