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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의삶'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임  교황  265명  중  148명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빈민촌을 찾았다고 한다.
                                                         안치됐다.  교황청은  교황이  무덤에  특별한  장식을  하지
                                                                                                          1천 282년 만의 비유럽권이자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인
            …'전쟁 끝내라' 남기고 떠났다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신의 교황명을 라틴어(Franciscus)             그는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로 새겨주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교회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더
                                                                                                          포용적으로  바뀌고  평신도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장례 예식은 이날 저녁 8시 그가                  진보적  개혁을  밀어붙여  가톨릭  내  보수진영과  마찰을
                                                         거주했던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마련된  관에  유해를            빚었다.
                                                         안치하면서 시작된다.                                      지난해에는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해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아프리카 가톨릭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바티칸은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 교황의 시신을 며칠간                  반발을  사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으로  얼룩진
                                                         안치했다가 이르면 오는 23일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                  세계 곳곳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보낸 종교 지도자로도
                                                         일반 대중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평가받는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미국과  쿠바의  2015년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2017년에는  로힝야족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직접  장례  절차를  대폭                            추방으로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아  평화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로 선종했다.                 간소화하도록  전례서를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시신을                메시지를 전했다.
                                                         안치하는 관의 수는 기존 3개에서 1개로 줄이고 선종 확인은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이 숨을 거둔 방이 아닌 개인 예배당에서 하도록 했다.                               2천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2021년  이라크  땅을  밟아
          오늘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또  시신이  관에  안치된  채로  일반의  조문을  받도록  했고,                   무장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발표했다. 페렐 추기경은 "그는 삶의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사후에는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도 개정했다.
          섬기는 데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신앙, 용기, 보편적 사랑을 갖고 복음의 가치를 살아가라고  교황의  서거에  찰스  3세  영국  국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발발한 이래 교황은 끊임없이 평화의 목소리를 냈고, 2023
          우리를  가르쳤다"며  "그는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주요  정상은  잇따라  애도  메시지를                   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외된 이들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냈다.                                              간의  전쟁을  두고도  민간인  희생을  막고  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교황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또 "주 예수의 진정한 제자의 모범이 된 데 깊이 감사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건강상의  문제로  자진  사임한                         불러일으키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혼을 삼위일체 하느님의 무한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인사  개혁에도  적극적이었다.  '추기경좌'로  불리던  파리
          자비에 맡긴다"고 말했다.                                                                                  대교구나 밀라노 대교구처럼 특정 교구의 교구장이 자동으로
                                                         보수적이며  전통적이었던  베네딕토  16세와  진보적이며                 추기경으로  임명되는  관행을  깨고  가톨릭  교세가  강하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흡기 질환으로 평생 고생했으나 직접  개방적인  프란치스코의  관계는  2019년  '두  교황'이라는                            않은 지역에서도 추기경을 임명했다. 한국 대전교구의 유흥식
          사인은  뇌혈관  질환이었다.  안드레아  아르칸젤리  바티칸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추기경도 이러한 인사 개혁의 하나로 발탁됐다.
          보건위생국장은 교황이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이날 저녁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즉위 직후부터                   현재 교황 선거인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은 138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중  110명을  직접  임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 2월 14일부터 로마                                                               베네딕토 16세와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은 각각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다.  양쪽  폐에  폐렴  진단을  허름한 구두를 신고 순금 십자가 대신 철제 십자가를 가슴에                        23명, 5명이다.
          받은 그는 입원 후에도 호흡 곤란 증세로 고용량 산소 치료를  걸고 소형차에 몸을 싣는 겸손하고 서민적인 교황의 모습에
          받았고, 혈소판 감소증과 빈혈로 수혈받기도 했다.                    세계인들은  감동했다.  또한  그는  호화로운  관저를  놔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일반  사제들이  묵는  공동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입원 중 상태가 악화하기도 했지만, 지난 3월 23일 38일간의  생활하며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했다.                                       당시  교황은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했고, 최근에는 활동을 재개해왔다.                                                                무산됐다. 교황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혔지만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쇠퇴하는  가운데  교황에  즉위해               끝내  성사되진  못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로
          교황은  부활절을  앞두고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교도소를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두 번째 방한이 기대됐으나 그가 세상을
          깜짝 방문하거나 이탈리아를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그의 파격 행보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떠나면서 방한은 차기 교황의 몫이 됐다.
          비공개로  면담했고  부활절  미사에도  등장하는  등  활동을
          늘려가고 있었다.                                      권위와  물욕을  버리고  몸을  낮추는  습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몇 년간 건강 문제로 우려를 샀다. 교황은 2022
                                                         교황의  삶과도  연결돼  있다.  그는  1936년  아르헨티나             년 봄 오른쪽 무릎 상태가 악화해 휠체어나 지팡이에 의지해
          전날 남긴 생전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는 "가자지구의 상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5남매                               일정을  소화해왔다.  2021년  7월에는  결장  협착증  수술,
          개탄스럽다"면서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3년 6월에는 탈장 수술을 받았다.
          인질을 석방해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는 굶주린 이를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는 사실상의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중학교 때 아버지가 회계 업무를 봐주던 양말공장에서                  교황은 또한 젊은 시절 폐 일부를 절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청소와  사무보조로  일했다.  공업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특히  겨울철에는  기관지염이나  다른  호흡기  질환에  자주
          전날  부활절  대축일에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도  오전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오후엔  학교에서  식품화학을                           시달렸다.
          만났는데,  갑작스레  선종  소식이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공부했다.  교황의  소박한  삶과  검소한  정신은  이때부터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건강상 문제로 인해 교황이 사임할 수
          교황의  장례는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자연스레 몸에 밴 것으로 전해진다.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교황은 1월 14일 출간된 자서전 '
          것으로 보인다.                                                                                        희망'에서 "아플 때마다 항상 '(내 후임을 뽑는) 콘클라베가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교황은  주교와  추기경으로  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하지만 수술받는 동안에도
          대성전의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는  빈민촌  사목에  힘썼다.  마약이  유통되고  폭력이  흔한                            나는 사임을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건강하다. 그저 늙었을
          유언을 남겼다고 유언장을 공개했다.                            우범지대여도  교황은  개의치  않고  동행하는  사람  없이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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