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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22.




           · 티베트 불교 전통을 품은 도시 레와 곰파 이야기


         더위로 지쳐 힘들지만 예쁜 꼬마의 바람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꼬마와 함께한 잠깐의
         시간이 지쳐 있던 내게 에너지를 주었는지 피로가 어디로 가버렸다. 아쉬운 작별 인사와 함께
         목에 볼펜을 걸어주니 수줍은 미소로 화답을 한다.


         점심을 먹으려 레 시내로 들어오던 중에 인도 영화 <세 얼간이 (three idiots)>의 배경으로
         나왔던 학교와 라다크 지방의 최초 교회인 모라비안 교회 moravian church를 잠시 둘러봤다.
         이 지방의 기독교 전파는 스웨덴 선교사들이 하였으며 그들은 가난해서 학비를 내기 곤란한
         학생을 선발해서 델리, 뭄바이 등 대도시로 보내 무상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지금 가이드를
         하는 소남도 이 장학금의 수혜자이다.


         야크 치즈 피자와 수박 주스로 늦은 점심을 서둘러 먹고 나니 졸음이 온다. 두 사원을 다녀온
         것이 무리한 일정은 아니지만 고산증세로 엊저녁 잠을 설친 탓 일거다. 노곤함을 쫓으려 식당
         근처를 거니는데 도로 옆 그늘에 자고 있는 꾀죄죄한 멍멍이들이 지나다니는 차에 치일 까
         위험해 보인다. 자는 것 깨웠다고 달려들까 무서워서 멀찌감치 떨어져 소리를 질러도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길거리 내기 장기를 두고 있는 동네 아재들에게 멍멍이가 위험해 보이니 깨워서 골목으로
         보내자고 하니 걱정 말라며 장기 두는 일에만 집중한다. 괜히 오지랖 넓게 참견을 한 것 같아                        ▲ 샨티 스투파
         머쓱하다.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하얀 거탑으로 일본 불교 종단의 지원으로 건립되어
                                                                                     <일본탑>이라고도 불린다. 2층에는 동서남북으로 출생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4
                                                                                     단계의 그림이 힌디어, 일어, 영어로 설명되어 있다.
         레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세계 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기원하는 하얀 거탑,
         샨티 스투파 shanti stupa가 있다. 공동묘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서 올라갈 수 있으나                  누구나가 열흘만 사용하는 공동묘지인 셈이다.
         고산증과 더위로 걸어 간다는 것은 애초부터 계획에 넣지도 않았다. 승용차로 언덕 길을 따라
         오르는데 장사를 치른지 오래지 않아 보이는 묘지에 깨끗한 천으로 덮인 관이 놓여져 있다.                        "영원한 나의 집은 2평 뿐이다."란 이슬람 경전 코란의 한구절이 생각난다.


         이곳의  장례문화는  시신을  화장해서  빻은  뼈가루를  관에  넣어  보관하였다가  열흘  후                   최근 일본의 불교 종단에서 샨티 스투파 stupa (불교에서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
         뼈가루를 뿌려 버린다. 그리고 지금 관이 놓였던 자리는 다음 장사를 치르는 사람이 이용한다.                      를 새롭게 단장하여 탑과 주변에 조성된 공원이 쌈빡하다. 스투파 2층에는 출생부터 열반에


                                                                                                         이르는 4단계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그림 제목은 힌디어,
                                                                                                         일본어, 영어로 표기하고 있다.


                                                                                                         순례객들은  이  그림들을  보면서  시계  방향으로  탑돌이를
                                                                                                         한다.  경전을  암송하는  듯  중얼거리며  탑돌이를  하는  무리
                                                                                                         중에는 종종 젊은이들도 보이는데 착한 짝지를 찾아 달라는
                                                                                                         기도일까? 좋은 직장을 부탁하는 기도일까? 따가운 햇살도
                                                                                                         마다 않고 불공을 드리는 그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본다.
                                                                                                         두 신이 같이 도와주면 뭐가 되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두
                                                                                                         신께서  서로  미루어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내가
                                                                                                         더위  먹은  것을  넘어  산소의  부족으로  정신까지  왔다리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갔다리 하나보다.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소남! 차에서 얼른 산소호흡기 갖다 주라.’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건너편  언덕에  외롭게  보이는  남걀  체모  곰파  Namgyal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tsemo gompa는 레 왕궁 leh palace과 성벽으로 연결되어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있다. 이곳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남걀 체모 곰파로 오르는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길에도  넓은  공동  묘지가  있고  허물어져가는  여러  개의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초르텐이 흩어져 있다.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잠시 차를 세워 묘지와 초르텐의 사진을 담으려 공동묘지에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 공동묘지
                                                             공동묘지 사이로 난 길로 샨티 스투파를 걸어서 오를                들어서는데  바닥이  마사토라서  두서너  번  미끄러져서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수 있다. 얼마 전 장사를 치른 묘가 깨끗한 천으로                넘어졌다. 손바닥에 약간의 상처가 났는데 이방인의 무례한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싸여져 있다. 열흘 뒤 이 묘지가 비워지면 새로운
                                                             주인이 오겠지?                                    침입에 묘지를 지키는 귀신들이 방어에 나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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