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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23.
· 티베트 불교 전통을 품은 도시 레와 곰파 이야기
“까불고 있어. 나는 하나님이 같이 하셔.” 마음 속으로 얼른 십자가를 그린다.
주차장에서 곰파까지는 한참을 걸어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본당에 오를 수 있다. 가이드
소남은 짧은 설명을 마치고 우리에게 다녀오라고 한다. 우리와 동행을 피하려 꾀를 부리는
것이 밉상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도 된다.
집사람도 가기 싫은 표정이나 읍소 작전을 펴서 같이 길을 나섰다. 사원이 크지는 않지만
오늘 다녀온 곰파 중에서 경사가 제일 가파르고 마지막에는 나무 사다리까지 타고 올라야
한다. 본당에는 커다란 미륵불상이 있고 또 다른 법당에는 화려하게 치장된 스투파 좌우로
작은 불상들이 놓여져 있는데 지금까지 본 사원 중 가장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괜스레
기분이 좋다. 레 인근의 곰파 순례 중인 스님 한 분이 가쁜 숨도 고르지도 않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 삼성 핸드폰을 보여주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이 사원에서 레 왕궁까지 걸어서 다녔던 성벽은 허물어져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흉물스럽다. 지금 레 왕궁으로 가려면 성벽 밑으로 새로 만든 길을 이용하면 되는데 왕궁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출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원에서 건너편 언덕으로 길게 늘어진
수많은 타르초가 힘찬 바람에 휘날리고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고봉들 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 스님과 함께
삼성 핸드폰이 자기 보물 1호라고 자랑하는 스님과 같이 했다. 일행 중 유일하게 사원
제일 높은 본당까지 오른 찐 순례객이다. 사진 중앙에 자동차길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해발 5,602m의 카르둥라가 보인다.
석양을 바라보다 가이드 소남이 인도에서 돈 잘 버는 직업이 3개가 뭔 지 아냐며 엉뚱한
질문을 한다. 첫째가 사제 (브라만 계급으로 푸자 puja 의식을 집례한다.)이고 그 다음으로
IT 종사자와 거지인데 거지는 출퇴근이 자유로우니 IT 직원보다 거지를 더 선호한단다. 믿지 “9월말이 되면 외지에서 왔던 인도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이 시장 골목도 곧 썰렁해져요.”
않는 듯한 표정의 내게 농담이 아니라며 정색을 한다.
“소남! 너도 인도 사람이면서 왜 말끝마다 ‘그 인도 사람’들이라고 불러?”
도심에 위치한 전통시장을 갔는데 성수기 답게 많은 여행객과 노점상이 뒤엉켜 정신줄을 쏙
빼놓는다. “저는 라다크 사람입니다. 델리 사람들이 이곳에 투자를 하면서 라다크인은 상점을 팔고
외지로 나가 토박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게 걱정입니다. ”
소남과의 짧은 대화에서 라다크인이라는 자부심과 순수함을
잃어가는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생 년 : 1955年生 ▲ 샨티 스투파에서 본 남걀 체모 곰파 (좌측 흰색 건물)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와 레 왕궁 (우측 건물)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 남걀 체모 곰파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3층 높이의 미륵불상 ▲ 레 시내 전경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위 사진)과 화려하게 치장된 스투파를 법당에 만들어 남걀 체모 곰파는 레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여 레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놓았다.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불교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우측으로 보이는 허물어진
사찰다운 경건함이 느껴진다. 성벽 끝자락에 레 왕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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