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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Issue / 이슈
74살에 최전성기 맞은
윤여정의 55년
연기인생
아이를 키워내야 해 말도 안 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
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생계를 위해 직업인으로서 작품
과 배역을 가리지 않고 연기를 한 것이다.
두 아들을 키우는 일에서 해방된 60살 이후에는 하고 싶
은 작품만 골라 출연하고 있다. 특히 마음 맞는 이들과 지
속적으로 함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상수 감독(<바람
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하녀> <돈
의 맛> <헤븐: 행복의 나라로>), 홍상수 감독(<하하하>
<다른 나라에서> <자유의 언덕>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재용 감독(<여배우들> <죽여주는 여자>) 등
한번 인연을 맺은 감독과 꾸준히 작품을 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공고히 해왔다. 파격적인 연기 도전에도 주저함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올해 74살을 맞은 배우 윤여정 이 없어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
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 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
으면서 연기 인생의 최전성기를 맞았다. 오늘에 이르기 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까지 배우로서 반세기 넘게 한발 한발 걸어온 길에도 관
심이 쏠린다. “60살 넘으면서부터 웃고 살기로 했어. 전에는 생계형 배
우여서 작품을 고를 수 없었는데,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살이던 1966년 <동양방송> 영화에는 돈 안 줘도 출연해. 마음대로 작품을 고르는 게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티브이(TV) 드라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야.” 윤여정이 <찬실이는 복도 많
마에서 활동하던 그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이는 <하 지>(2020)의 김초희 감독에게 해줬다는 말이다. 홍상수
녀>(1960)로 유명한 김기영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자신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처음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의 영
의 영화 <하녀>를 리메이크한 <화녀>(1971)의 주인공으 화에 윤여정은 기꺼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로 신인 윤여정을 낙점했다.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가정부로 취직했다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는 명 윤여정의 이런 태도는 <미나리>로 이어졌다. 평소 가깝
자 역이었다. 명자의 광기와 집착을 파격적인 연기로 표 게 지내던 이인아 프로듀서의 소개로 시나리오를 읽고,
현한 윤여정은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상 여우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진심을 느끼고
주연상, 스페인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는 열악한 환경인 줄 알면서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것
등을 받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듬해 김 감독의 <충녀 이다. 그 결과 전혀 예상치 못한 오스카 트로피를 안게
>(1972)에도 출연했다. 됐다.
하지만 윤여정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이 즈음 갑자기 미 이날 오스카 수상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윤여정의
국으로 건너가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며 연기 활동을 쉬 이후 활동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윤여정은 다음 작품으
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귀국하기까지 가정에만 집중 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브이플러스의 글로
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다시 연기를 시작한 윤여정은 훗 벌 프로젝트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 중이며, 세계 여러
날 인터뷰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연기를 했다.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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