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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uto / 자동차




























            “큰 맛에 탄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는 5.7m 길이에 높이 1.8m에 달하는 차체 크기로 국내 승용 차종 중에서는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1톤 트럭
            인 포터가 5.1m 길이에 1.9m 높이라고 생각하면 이 차의 주차 난도가 얼마나 높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2종 보통 면허로도 운전은 가능하
            지만, 각오는 단단히 해둬야 한다. 차체가 안팎으로 웅장한데 높은 보닛이 운전석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로 보인다. 차선이 자꾸 좁게만 느
            껴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면 큰 차 운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장점이자 단점인 차체를 떠나서는 모든 게 만족스럽다. 차와 내가 한번 동화되면 실내의 고급스러움이 눈에 들어오고 38인치 메인 디스플
            레이와 광활한 수납공간, 최고급 가죽 트림, AR 비전을 띄울 수 있는 디지털 클러스터 화면 등이 즐길거리로 변한다. 수치상 거대한 이 모
            니터는 제 사이즈로 보이진 않는다. 가로로 쭉 뻗어 있는 화면 비율을 꽉꽉 채워 재었는데, 실제 가용 크기는 16인치 정도 된다고 한다. 내
            비게이션과 연동되는 증강현실도 에스컬레이드만이 가지는 고급 사양이다.


            2열 뒷좌석으로 넘어가면 캡틴 시트 두 개에 각각 별도로 사용할 수 있는 타블렛이 앞좌석 등받이에 붙어 있다. 가운데 빈 공간은 3열로
            이어지는 통로 개념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3열 시트는 어른이 앉아도 괜찮을 정도로 크다. 역시나 놀라운 부분은 3열 뒤쪽 적재 공간이다.
            7인승으로 인증받은 대형 SUV도 3열을 세우고는 트렁크 몇 개 넣기가 힘든데, 이 차는 좌석을 다 세운 상태로 1175리터 공간이 마련된다.
            웬만한 소형 SUV의 것의 두 배가 될 정도다. 전동식 버튼을 눌러 3열을 접으면 2665리터, 2열까지 모두 접으면 4044리터 공간이 나온다.


            다시 콕핏으로 돌아와 손끝과 엉덩이에 감각을 집중하면 V8 6.2리터 자연흡기 엔진 10단 자동변속기 파워트레인의 주행 느낌이 매우 부
            드럽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쉐보레 타호도 역시 같은 엔진을 쓰는 데 이정도로 편안하고 부드러웠나 싶다. 이게 진정 돈의 힘인가 싶다. 캐
            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모델은 1억6500만원의 가격표를 달았다. 타호보다는 약 7000만원 정도가 비싸다. 어지간한 프리미엄 세단을
            하나 사고도 남을 금액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은 없는 자들의 구차한 변명과도 같다. 가성비는 없지만, 럭셔리 품격은 가득한 셈이다.


            부드러움은 감속에서 특히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갑자기 떼도 울컥거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걸 두고 순항한
            다는 표현을 쓴다. 감속에서 울컥거림은 엔진 회전수가 감소함에 따라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라져가는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재
            발견이다. 일관적으로 오르는 가속과 감속이 말 그대로 매우 자연스럽다. 브랜드의 강력한 경쟁자인 포드의 경우 에코부스트 엔진을 자
            랑한다. 물론 매우 효율적이고 훌륭한 엔진이지만, 인위적인 과급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자연흡기 엔진이 더욱 반갑게 다가오는 것도 어
            쩔 수 없다.


            물 위로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더하는 데는 에어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노즈 다이빙도, 와인
            딩에서의 쏠림도 잘 잡아줘 울렁거림이 덜하다. 보통 호화 럭셔리 세단 같으면 약간 출렁이는 요트의 느낌이 나겠지만, 이 차는 한 체급 더
            큰 여객선의 느낌이 난다. 어떤 길을 가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다만, 제동에는 불안감이 동반되는데, 3톤에 가까운 무게
            를 감당하기엔 브레이크의 능력에도 무리는 있을 듯하다. 다만, 차체가 그저 항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멈출 곳을 보고 미리 준
            비하는 마음 자세도 필요하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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