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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 라이프
눈물꽃 소년 이처럼 사소한 것들
박노해 시인이 ‘소년’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의 첫 자전수필 『눈물꽃 소년』은 남 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도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 자라 국민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평이”라고 불리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다산책
던 소년시절의 성장기이다. 어두웠고 가난했고 슬픔이 많았던 시절, 그러 방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가 전작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
나 그는 “내 마음에는 어둠이 없었다”고 말한다. 독자들이 그에게 가장 많 Today’s 에 내놓은 소설로,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
이 건넨 질문은 이것이었다. “무슨 힘으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나요?” 그 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BOOKS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같은 해 오웰상(소설 부문), 케리그
는 답한다. “내 모든 것은 ‘눈물꽃 소년’에서 시작되었다”고.
다독다독 등을 쓸어주는 엄니의 손길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 룹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
느덧 이 작은 아이가 웃음과 눈물로 우리의 마음을 휘젓는다. 곱고도 맛깔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보내며 이 소설이 키건의
진 전라도 사투리의 글맛 속에 그가 뛰놀던 산과 들과 바다가 펼쳐지고, 계절 정수가 담긴 작품임을 알렸다.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
따라 진달래 해당화 동백꽃 향기가 스며오고, 흙마당과 마을 골목과 학교와 장 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
터와 작은 공소와 그를 키운 풍경들이 영화처럼 그려진다. 33편의 글마다 박노해 시 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
인이 직접 그린 연필 그림이 함께 담겼다. 품이다.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
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
“그인들 그러고 싶어서 그리했겄는가. 누구도 탓허지 말고 자중자애허소.” 죄를 지은 청년을 보 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이
듬어 다시 살아갈 힘을 주던 할머니. 일곱 살에 아버지를 여읜 평이에게 ‘동네 한 바퀴’를 돌게 다. “십여 년 만에 마침내 나온 클레어 키건의 신작이 고작 100여 쪽에 불과한 데 실망하는 사
하며 씩씩하게 나아가게 한 이웃 어른들. 부당한 일에 “아닌 건 아닌디요” 함께 맞서며 같이 울 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길. 키건은 단어 하나 낭비하지 않는 작가니까.” 『맡겨진 소녀』
어주던 동무들. “더 좋은 거 찾으면 날 가르쳐 주소잉” 늘 몸을 기울여 학생들의 말을 들어주던 (104쪽)에 이어 11년 뒤 출간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소개하며 영국의 문화평론가 베리 피
‘수그리’ 선생님. 세상 만물을 지고와 흥겨운 입담을 풀어놓던 방물장수. 말이 아닌 삶으로 가르 어스가 남긴 말이다.
치며 잠든 머리맡에서 눈물의 기도를 바치던 어머니. 작은 공소의 ‘나의 친구’ 호세 신부님. 낭만
과 멋과 정감이 흐르던 동네 형과 누나들. 외톨이가 되었을 때 “나랑 같이 놀래?” 한 편의 시詩로 키건은 자국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에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였으나, 다른 대륙으로
다가와 연필을 깎아주던 첫사랑의 소녀까지. 까지는 그 명성이 채 전해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2021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출간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독자들에게, 마치 지나간 시간들을 벌충하려는 듯한 광적인 흥분을 일
무엇이 한 인간을 빚어내는지, 부모와 아이, 스승과 제자, 이웃과 친구는 어떠해야 하는지, 지금 으켰다. 그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긴 사건은 이 책이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등극한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눈물꽃 소년』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중히 돌아보게 한다. ‘ 원서 기준으로 116쪽에 불과한 이 책은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작품’이라는 별칭
소년 평이’와 함께 울고 웃다보면 마음의 힘과 영혼의 키가 훌쩍 자라날 책, 『눈물꽃 소년』의 이 을 얻게 되었다. 키건의 소설에 지배적인 사조가 있다면 그것은, 기꺼이 드러내지 않음과 효율
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에 대한 집착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으로 책 속으로
잘 몰라도 괜찮다. 사람이 길인께.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빛나고, 안다 하는 사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
람보다 잘 묻는 사람이 귀인이니께. 잘 물어물어 가면은 다아 잘 되니께.--- p.12 고, 딸들이 잘 커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
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p.24
알사탕이 달고 맛나지야? 그란디 말이다. 산과 들과 바다와 꽃과 나무가 길러준 것들도 다
제맛이 있지야. 알사탕같이 최고로 달고 맛난 것만 입에 달고 살면은 세상의 소소하고 귀한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
것들이 다 멀어져 불고, 네 몸이 상하고 무디어져 분단다. 아가, 최고로 단 것에 홀리고 눈멀 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
고 그 하나에만 쏠려가지 말그라. --- p.32~33 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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