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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Issue / 이슈
“생존자 아닌 선생님으로 봐준
아이들 덕에 성장” [세월호 10년, 함께 건너다]
2014년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 325명 중 구조된 했다. “몸을 움직이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이 잘 맞 다. 안부를 묻는 것인지, 호기심을 채우려는 것인지, 혼란스러
사람은 75명이다. 생존 학생들은 약 두 달간 심리치료 등을 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예술 활동으로 사회성을 기르는 공동 웠다. 온라인에서는 생존자를 향한 2차 가해 댓글이 넘쳐났
받고 학교로 돌아왔다. 2016년 1월 단원고에서 이들의 졸 체 학습 프로그램을 짰다. 다른 학생들도 풋살·요리·보드게임 다. 사람들을 향한 불신이 커졌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잘못
업식이 열렸다. 졸업생 대표는 연단에서 “우리는 말로 표현 등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골랐다. 된 것은 아닐까.” 꿋꿋하게 살아가던 김씨가 편견 섞인 질문
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그것을 함께 극복하고 성 을 받으며 든 의문이었다.
장하는 법을 배웠다”며 “스스로가 강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 활동에 앞서 받은 심리상담은 참사 후에 받은 상담과는 달랐
자”고 말했다. 다. 김씨는 “참사 직후에는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가 주 멘토링에서 만난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김씨가 몇 살인
목적이었다”면서 “멘토링을 앞두고 참여한 ‘청년역량강화활 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졸업 후 5년이 지난 2021년 봄. 단원고 생존 학생 10여명이 동’은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잘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 “나와 함께해주는 선생님.” 김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
안산 단원구 ‘쉼표’에 모였다. 김주희씨(27)도 이곳에 있었다. 담이었다”고 했다. 다른 생존 학생들과의 만남도 늘었다. 김씨 스로의 감정을 인정하게 됐고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다시 배
쉼표는 생존 학생들이 외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히 쉴 수 는 “대학교에 간 뒤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멘토링이 서로 웠다고 했다. 김씨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멘토링 활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생존 학생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창구가 됐다”고 했다. 동에 참여했다.
쏟아지던 때였다. 김씨는 당시 매일 방과 후 쉼표로 갔다. 이
곳에서 친구들과 공부하고 생일 파티를 열었다. 타지로 대학 수업은 아이들이 방학을 맞는 6~7월에 시작돼 10월까지 이 그게 마지막이었다. 행정안전부에서 세월호 관련 예산에 대
을 가면서 김씨가 쉼표를 찾는 일도 자연스레 줄었다. 어졌다. 매주 혹은 격주 주말에 멘토와 멘티가 만났다. 초등 한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더니 예산 배정이 미뤄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멘티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수업 중 졌다. 지난해부터 국비지원이 보류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졸업 후 쉼표를 떠났던 김씨는 대학을 마치고 다시 쉼표를 찾 김씨는 안전을 여러 번 강조했다. 김씨는 “참사를 겪은 뒤로 ‘ 아이들과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활동
았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지역 아동을 가르치는 멘토링 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뚜렷해 으로 키워가려던 김씨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그는 “멘토
로그램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였다. 김씨는 “참사 직 졌다”면서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경험을 남겨주려고 링 프로그램이 예산 문제로 중단된 데 이어 쉼표도 자체 예
후 모르는 분들이 위로를 건넸다”며 “받기만 하던 입장에서 했다”고 말했다. 산으로 운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참사의 아픔
누군가에게 베푸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상은 김씨를 편견으로 바라봤다. ‘생존 학생’에 대한 편견 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장소와 활동이 사라져가는 게 안
멘토는 처음이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김씨는 어 이었다. 많은 이가 ‘참사 이후 삶이 달라졌냐’ 물었다. 대학은 타깝다”고 말했다.
려서부터 태권도 학원에 다녔다. 대학도 태권도학과에 진학 어딜 갔는지, 지금은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었 [22page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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