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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우유니 기차무덤(cemeterio de t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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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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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3,800m란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를 현대판 공중도시라고                                                                     E E p i s o d e 0   1 .
         한다. 그렇다면 고대의 공중도시는 며칠 전에 다녀온 페루의 마추픽추겠지? 마추픽추가
         2,430m이니 볼리비아 라파스가 형님 되시겠다. ㅋㅋㅋ
         페루에서의 강행군으로 피곤해진 몸을 추스리려 아까운 시간이지만 이곳 라파스에서 이틀
         정도  쉬면서  가난한  배냥이  (배낭  하나  둘러메고  승냥이가  먹이를  찾듯이  세계의  멋진
         곳을 찾아 떠도는 나 같은 놈에 대한 나만의 표현)들이 가기 힘든 호텔 뷔페에서 그것도
         2번씩이나  소화제를  먹을  정도로  원기  보충을  하고  나니  세상이  다시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뱃힘여!’


         우유니는 라파스로부터 약500km 서남쪽 떨어진 해발 3,660m에 위치한 주민이 만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일년 내내 소금사막 투어를 하려고 전 세계의 관광객 모여들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라파스에서 비행기로는 한시간, 버스로는
         대충 9시간 정도 걸리는데 나는 밤에 떠나는 우등버스를 타기로 했다. 비행기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지만 공항으로 왔다 갔다 하며 택시 기사와 가격 실갱이 하는 것도 싫고 비행시간은
          한시간도 안되는데 대충 두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는 것이 더 싫어서 시내 중심에 위치한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저녁 9시 출발이지만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 일찍 왔는데

                                                                                  ▲ 라빠스 버스 종합터미널.
                                                                                      우리 옛날 터미널과 너무나 똑같아 과거로 시간여행 온 것 같다.

                                                                                  아직  티켓팅을  시작하지  않아  난감해하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자기  가방  앞에
                                                                                  배낭을 놓고 조금만 기다리면 버스 티켓 창구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Gracias”
                                                                                  “you’re welcome”
                                                                                  멋쩍게 기다리며 서툰 영어로 서로의 호구 조사를 하다 보니 우유니에서 라파스로 유학 온
                                                                                  원지민 치피아족이란다. 자기 마을에 대한 자랑을 늘어 놓는데 영어로 설명이 제대로 안되어
                                                                                  답답하니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섞어 신이나 설명하는데 이해를 못하겠다고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고 얼른 창구가 열리기만 바랄 뿐이다.
                                                                                  ‘괜히 말 붙여서 찌질이 된통 고생하고 있구먼. 쌤통여.’

         ▲ 우유니행 직행버스 티켓 창구.
             저 안에 아주매들이 있으면서도 시간 전이라고 쌩깐다.  ‘지들이 언제 그렇게 시간을 잘 지켰다꼬.’              자기도 나의 지루한 표정을 읽었는지 은근 눈치를 보더니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한테 먹을 것 받아먹으면 절대 안된다.>는 배냥이의 원칙이 있지만 대학생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받으면서 지금 배가 불러 나중에 먹겠다고 인사만 전했다.


         “좌석은 1층 뒤쪽 일인석으로 주세요.”
         (우등은 한 열에 1인석과 2인석으로 되어 있고 의자가 거의 180도 제쳐져 침대처럼 편하다.)
         경험에 의해 뒷자리가 비행기로 따지면 일등석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2층칸을 탔는데 차가 커브 틀 때 움직임을 그대로
         받아 졸다가 의자 밖으로 (2010년에는 안전벨트를하지 않았음) 튕기던지 친하지 않은 옆사람과 急밀착접촉을 해서 무안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화장실이 1층 앞쪽에 있어 그 근처 잘못 앉으면 버스를 타고가는 내내 ‘쉑 쉑’ 작은 전투기가 나는 소리로 밤샘을 하여야
         한다. 그나마 냄새는 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 . .


         배낭은  짐칸에  실고  야식감으로  터미널  포장마차에서  살테냐  (한국의  만두  종류)와  맥주를  넉넉히  사서  우유니  청년과                                     작가 프로필
                                                              나누었다. 고맙다면서 멋쩍어 하는 모습이 순박하기만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하다.  내일  아침  6시  도착  예정이니  먹고  마시고  그       생    년 : 1955年生
                                                              포만감과 알콜의 알딸딸함으로 푹 자야겠다.  라파스만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벗어나면  거개가  비포장도로라  우기  때는  도로가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유실되어 몇 시간씩 지연된다고 하는데 지금 우기이니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행운의  여신이  내  편일지는  모르겠지만  먹고  마시고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이제 잘거다.   ‘모든게 잘 될거야. 아멘!’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깜깜한  밤이라  창밖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부사장)
                                                              버스의 율동 모션이 커진 것을 보니 라파스에서 제법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먼 곳을 달리고 있나 보다. 버스의 덜컹거림이 멀미하는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 길거리 포장마차 엠빠나다(empanada).
          우리의 군만두와 비슷하고 가난한 척하는 배낭이들의 주식 또는 간식으로              분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런  약간의  움직임이  아기의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아주 유용한 음식이다. 살테냐 (saltena)라고도 부른다. ‘UC 먹고 싶네.       요람 같아서 잠을 깊게 잘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자를 때 소에서 흐르는 육즙의 그 맛. 나 그곳으로 돌아갈래~~~‘               ‘찌질아. 그러면 니는 아직 베베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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