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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11.



         여행 중 최악은 설사와 감기인데 여행 초기이니 바짝 신경이 쓰인다.


         멀리 보이는 타지워스 빙하는 내가 봤던 빙하 중에서는 젤로 작은 아담 사이즈지만 5천m
         가 넘는 고봉 사이에 있어서인지 그리 초라해 보이지는 않는다. 망원렌즈로 당겨 속살을
         보려는데 수줍은 듯 구름으로 살짝 가리며 나와 밀당을 한다.


         한참을 첫눈 만난 강아지처럼 언덕을 위 아래로 뛰어다니며 배경을 바꿔 인생 사진 하나를
         건지려 한껏 들떠 있는 내게 “빙하 갈껴 말껴?” 하며 가이드 잔단이 분위기에 초를 친다.  “안
         갈껴. 임마 ~~”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면서 욕도 섞고 싶은데 한국말을 알아들으니 그러지도
         못하겠고 암튼 여러가지로 밉상이다.
                                                                                    ▲ 볼펜을 목에 걸고 만족한 웃음을 짓는 귀요미 삼남매의 천사같은 눈망울이 눈에
         왕복 2시간 남짓 말을 타는 것도 힘들고 빙하 근처에 가봐야 별반 감흥이 없을 듯하여 가지                             선하다.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거라!
         않겠다 말하고 바위에 걸터 앉아 주변 경치를 눈에 담으며 순간 욱하였던 마음을 달래본다.
                                                                                  언덕 아래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말을 타고 지나는데 역시 시끄럽다. 말 옆으로 전기 카트가
                                                                                  속도를  내어  지나가는데  최근  빙하  가는  길목에  리조트를  지어  그곳까지  전동  카트를
                                                                                  이용한다고 한다.


                                                                                  하산 길에 만난 멋쟁이 모델 사진 몇 장을 건지고 잠깐 나도 동반 모델이 되었다. 집사람이
                                                                                  찍어 준 사진을 보니 키, 몸매 등 신체적인 차이로 은근 초라해 보여 괜히 찍었다 싶다.


                                                                                  숨을 헐떡거리며 힘들게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멋진 뷰가 기다리니 조금만 더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쳐준다. 미소를 띠며 괜히 친한 척 말을 거는 삼남매 아빠의 눈치를 보니 내
                                                                                  카메라로 자기 자식들사진을 찍어달라는 것 같아 카메라로 사진 찍는 시늉을 하니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짓는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바디 랭귀지가 최고라는 것을 또 경험한다. 예쁜 눈망울을 가진
                                                                                  삼남매의 독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들에게 지금 찍은
            ▲ 세계 3대 위험한 도로인 조질라 패스이다. 해발 3,500m에서 3,800m 사이에 있는                   이 사진이 두고두고 기억이 될 텐데 포터블 프린터기를 가져오지 않은 게 많이 후회스럽다.
          도로로 험준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 없이 올랐던 것 같다.
          지그재그 모양의 비포장 도로이지만 도로폭이 좁지 않아 오가는 차들의 통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다행스럽게 줄 달린 볼펜이 있어 꼬마들 목에 걸어주고 가지고 있던 사탕도 탈탈 털어 손에
                                                                                                         쥐어 주니 그들은 내가 준 선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값진
                                                                                                         천사의 미소를 선물한다.


                                                                                                         마을에서 벗어나자마자 지금과는 다른 비포장도로가 삭막한
                                                                                                         민둥산에  지그재그로  놓여  있다.  창문  밖으로  까마득한
                                                                                                         절벽을 보니 지금 달리고 있는 조질라길 zojila pass이 왜 세계
                                                                                                         3대 최악의 도로인지를 실감케한다. 벌거숭이 높은 산들과
                                                                                                         종종 만년설이 보이는 경치가 조금 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잠시  차를  세워  올라왔던  길을  돌아보니  우리가  달려온
                                                                                                         지그재그  도로가  보이고  신드  강을  따라  글램핑  텐트들이
                                                                                                         빼곡히 쳐져 있다. 이곳은 여름 피서지이기도 하지만 5천m
                            작가 프로필                                                                       를 오르는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어 많은 산악인들이 찾는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곳이기도 하다.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물길이 닿는 곳에는 푸른 숲이 있고 그 뒤 높은 곳에는 커다란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바위와 흙으로 엉긴 황량한 산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차가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지나가며  일으키는  먼지는  순간  바람에  날려  오랜  시간을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도로에 있어도 먼지로 인한 불편은 없다.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얼마를 더 오르다 보니 몇 대의 오토바이가 보이고 먼지로
           (부사장)                                                                                         시커멓게  뒤덮힌  빙하동굴에  몇  명의  젊은이들이  사진을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찍고 있다. 종종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는데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인도인도  있지만  의외로  유럽에서  온  젊은이들이  꽤  많다.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 떨어지는 빙하 덩어리를 맞을 뻔하여 놀랐던 빙하                  한번은  여자까지  낀  영국  젊은이  일행을  만났는데  대학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동굴이다.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물은 발을 오래 담그지            동아리  멤버들이  단체로  휴가를  내서  왔다고  한다.  인도에
                                                               못할 정도로 찰지게 차다.
                                                                                                         대한 미련이 있어서인지 유독 영국인들이 많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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