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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25.





           · 티베트 불교 전통을 품은 도시 레와 곰파 이야기


         길 건너편에 주차장이 있는데도 자기들 먼저 찍겠다고 표지석 앞을 차로 막아놓고 자기 팀
         단체 사진 찍고, 몇몇이 모여 그룹 사진 찍고 그리고 개개인 인증샷까지 남긴다.


         사람 없는 표지석을 찍으려면 시간 계산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다. 다른 단체팀으로 바뀌는 찰나를 이용하여 새치기해서 빛의 속도로
         몇 번의 셔터를 눌렀다.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그들에게 행한 나의 새치기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아직도
         그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조금도 없으니 그 당시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떠 했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저도  나름  글로벌  에티켓  맨으로  한국이란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고
         다닙니다.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믿. 어. 주. 세. 요!


         뻔뻔스럽게 새치기를 하였어도 상당한 시간이 허비되어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주변 경관을
         살피는데 호흡이 가빠지며 숨이 막힌다. 심호흡을 하며 거북이걸음으로 계단 위에 있는 룽따
         lungta (티베트 전통의 오색 기도 깃발)가 매어져 있는 초르텐 chorten (불탑)을 향하는데
         머리가 핑 돌며 이제는 어지럽기까지 하다.

                                                                                    ▲ 카르둥 라의 비인기 표지석
         고산증세가  제대로  온  것  같아  언덕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제  자리에서  시야가  확보된                  카르둥 라에서부터 주변 마을과의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석으로 늘 한산하다. 오늘의
         민둥산, 멀리 보이는 카라코람 산맥 Karakoram range의 만년설 봉우리들 그리고 언덕 위의                     마지막 방문지인 훈더의 누브라 모래사장까지 86km를 더 달려야 되는 것을 알 수
         초르텐을 망원렌즈를 활용해서 찍는다. 경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는데                             있다.
         가이드 잔단 jandan이 떠나야 된다며 째린다. 차에 오르기 전에 잠시 양해를 구하고 뛰어서                     커브  길  확장공사  현장마다  BRO회사  직원들이  하세월로  답답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한가해진 표지석을 떳떳하게 찍었다. 그동안 자유롭게 다니다 팀에 시간을 맞추는 게 영                          대부분이 공사 현장 주변에 텐트를 치고 생활을 하는데 이 마저도 10월 초면 눈 때문에 공사
         불편하다.                                                                    진행이 어려워서 자동차길이 열리는 내년 6월을 기약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카르둥 라에서 2천m의 고도를 낮춰 깔끔하게 포장된 누브라 밸리의 평평한 길을 달리는데도
         카슈미르  지방에서  라다크까지  오는  산악길에  세워진  표지석마다  새겨진  BRO  (Board                아까 정상에서 느꼈던 머리의 띵한 불쾌감은 여전하다. 서둘러 아침에 한국분에게서 얻은
         Roads Organization)는 인도 북서부 지역의 험준한 산악 도로 공사에 강점을 가진 도로공사                고산증 예방약을 먹었다.  ‘나는 여러 번 경험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하는 자신감으로 미리

                                                         회사 이름이다.                 먹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오늘의  목적지인  디스킷           카라코람  산맥  사이로  길게  드러누운  누브라  밸리를  따라  티베트에서  발원한  인더스강
                                                         곰파  diskit  gompa까지는     지류인 샤옥 강 shyok river이 파키스탄까지 약 550km를 흐르고 있다.
                                                         포장과  비포장  도로가  섞여        평균 해발이 3천m가 넘는 척박한 고원지대임에도 샤옥 강을 따라 파릇파릇한 밭과 엉성하게
                                                         있는데  군데군데  위험한           지어진 움막 집들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군데군데 보인다.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생    년 : 1955年生                                                                                  ▲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 What’s BRO? It’s Board Roads Organization
                                                            스리나가르 – 레의 1,300km구간에서 수시로 만난 BRO. 싱겁게 도로 공사하는 회사 이름이라네.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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