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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EPISODE 29.





           · 티베트 불교 전통을 품은 도시 레와 곰파 이야기


         번역기를 돌려 한글로 읽는데도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가 안된다. 지식이 짧아 한계에 부딪쳐
         번민하는 나의 마음도 이 그림의 어딘 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듯하다.


         듀캉 옆방 고캉 gonkhang에는 얼굴을 가린 여러 불상들이 보여 사진을 찍으려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지킴이 스님이 제지를 한다. 점심 식사 후 쉬는 시간이라 법당 어디에도 스님들이
         보이지 않던데 유난스럽게 책임감에 쩔은 스님 같다. 조금만 늦게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커서인지 조금 밉상으로 보인다.


         제  할  일하는  스님을  미워했다가  부처님한테  혼날  것  같아  잽싸게  나쁜  마음을  하얗게
         지운다. 이 법당의 불상들은 영적 에너지가 강한 수호 불상들로 평소에는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도록  얼굴과  몸  전체를  천으로  가렸다가  일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  기간에만  천을
         걷어내어 보여 준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불상의 생김새가 너무 기괴하여서 보는 이들에게
         무서움과 혐오감을 줄 수 있어 평상시는 가려 놓는다고도 한다.


         “잔단! 손에 들고 있는게 뭐야?”


         “절에서 파는 복권인데 한 선생님도 하나 사세요.”

                                                                                    ▲ 원정 돈벌이 온 쌍봉 낙타
         법당  발코니에서  복스럽게  생긴  스님이  복권을  팔고  있다.  연말에  당첨  발표를  하는데                   내가 헤비급으로 분류되어 특별히 배정된 낙타의 표정이 어둡다. ‘이 인간 제법
         이곳에서 당첨자 본인에게 직접 지급한다. 당첨금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받으러                             근수가 나갈 것 같은데. 오늘 마지막 손님 때문에 고생 좀 하겠다. 에공!’
         여기까지 게다가 겨울에. . .                                                        디스킷 마을의 경이로움에 풍덩 빠져본다. 이 아름다운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며 스님 옆의

                                                                                  헌금함에 자그마한 정성을 담아 본다.
         얼마나 시주를 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생각하니 얼마 전 유럽 중소도시의 유서 깊은                         이제 오늘 마지막 목적지인 헌더 hundar의 모래사막으로 쌍봉 낙타를 타러 간다. 곰파에서
         성당이나 교회에 신도가 없어 카페나 레스토랑 심지어 술을 파는 바 bar로 바뀐다는 뉴스가                       12km 떨어진 헌더에 도착하니 사막이 아니라 샤옥 강가의 넓은 모래사장이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세상은 점점 각박 해지는데 종교를 믿는 신도들마저 줄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맞을 듯하다.
         먹먹해진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건너니 오 십여 마리의 쌍봉 낙타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오후

                                                         가이드 잔단은 힌두교도이지           늦은 시간이라 오늘 밥벌이를 끝낸 낙타들은 안장을 내려 놓고 편하게 쉬고 있다.
                                                         만   여러    장의    복권을
                                                         산다.  그는  라다크  오기         가까이 가서 만져도 커다란 눈망울만 이리저리 굴리며 얌전히 앉아 있다. 갑자기 낙타 한
                                                         전까지  우리  부부  전담          마리가 모래에 뒹굴다가 주인의 가벼운 채찍질로 제재를 받는다. 자기 주둥이가 닿지 않는
                                                         가이드였는데  여러  면에서          등쪽이 간지러우면 하는 지혜로운 행동이다.
                                                         나와는  결이  틀려  지금은
                                                         다른  팀의  가이드를  하지만        우리 일행을 태울 낙타들이 도착했다. 마부(낙타라서 마부가 어울리는 호칭 같지는 않지만)
                                                         심성만큼은  고운  친구이다.         가 "You heavy." 하더니 제일 큰 낙타를 가리킨다. 얼래? 인도 와서 제대로 먹지 못해 체중이
                                                         실력까지  겸비했으면  더           왕창 줄었는디 . . .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지금도 남아있다.           우리 일행 5명이 탄 낙타들을 줄로 연결해서 한 명의 마부가 낙타를 몰고 20분 정도 사막을
                                                                                  도는 체험이다. 작은 낙타는 내가 탄 낙타의 새끼인지 내 낙타에 수시로 얼굴을 비비는데
                                                         디스킷  마을과  미륵불이  잘        비비는 곳이 바로 내 다리이다. 그 놈의 침 때문에 바지가 축축 해져서 낙타 머리를 한 대 쥐어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보이는  뷰  맛집  법당에서   박았더니 그 낙타에 탄 여사님이 자기 낙타가 놀란다며 오히려 나를 혼낸다.
                                                         스님이  직접  우려내  주는
           생    년 : 1955年生                               차를     마시며      가파른      낙타를 달래주는 척 쓰다듬으며 여사님 몰래 딱밤 한 대를 놓는데 이 놈은 전혀 개의치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계단을  오르며  거칠어  졌던        않고 또 비빈다. 내 바지는 이미 네 침으로 범벅이 되었으니 실컷 비벼라. 비벼! 쌍봉 낙타의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숨을    고른다.    디스킷은       원산지가 고비사막이니 요 놈들 꽤 먼 곳으로 시집와서 원정 돈벌이를 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파키스탄까지          흐르는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샤옥강이         누브라강과       해가 산꼭대기에 얹혀져 반반의 밝음과 어둠이 민둥산에 교차되는 멋진 빛의 잔치를 벌인다.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갈라지는 두물머리에 위치한           이제부터는  오늘  하루  종일  달려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약  120km의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마을로  사막과  다름없는           귀가길은 비포장도로이지만 오가는 차가 없어 제법 속도를 내서 달린다.
           (부사장)                                         황무지이지만       미루나무로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괄 (부회장)      둘러  쌓인  마을의  푸르름은        해가  산등성이를  넘자  찰나에  사방이  캄캄한  어둠으로  바뀐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독특한     매력을     뽐내고      오로지 차의 헤드라이트 빛만으로 달리는데도 속도 줄임은 없다. 이렇게 달려도 되는건가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있다.  잠시  넋을  놓고  신이      하는 걱정과 함께 2시간을 쉼 없이 달려 아침에 북새통이었던 카르둥 라에서 도착해서 잠시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빚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휴식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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