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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rticle / 기사제공
검은 대륙의 예루살렘 그만 나가자고 재촉을 한다. 오늘 다 보지 못하면 네가 하루 더 수고하면 되지라고 하니
내일은 자기가 안된다며 정색을 한다. 아벨은 매사에 너무 신중하여 농담도 못하게 만드는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유도리가 일도 없는 짝퉁 아프리카인이다.
EPISODE 44.
사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초조하였는데 아벨이 적당한 시점에 나를 끄집어 낸 그의 센스에
-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지 칭찬을 보낸다. 지체된 시간을 메꾸기 위하여 메드하네 알렘 교회(Bete Medhane Alem)
- 이슬람세력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선택한 자기고립도시 에서 남서쪽 암굴교회群 가장 끝에 있는 가브리엘 라파엘 교회(Bete Gabriel-Raphael)로
이동은 복잡한 지하 연결 통로를 피해 지상길을 택했다.
그런데 어제 보지 못했던 정으로 찍은 듯한 상처 자국이 메드하네 알렘 교회 외벽에 군데군데
있다. 내전 때 생긴 총탄 자국으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도 이렇게 훼손된 유적지를 보고
속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조상들의 위대한 유적을 자신들의 이념과 얕은 욕심으로 훼손한
자손들에게 커다란 깨달음이 있기를 기원해본다.
뛰다시피 도착한 가브리엘 라파엘 교회는 랄리벨라 왕이 거주하던 왕궁으로 사후에 교회로
사용되었다. 왕궁이었던 만큼 다른 교회의 구조와는 다르게 절벽을 깎아 만든 발코니도 있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깊은 골짜기의 해자도 있다.
이곳은 세계 8대 불가사의 건축물인 기오르기스 교회와 같이 암굴교회의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절벽에 건축된 교회와 발코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단체팀이 오기 전에 사진을 찍으라며 느긋한 아벨이 평소와 다르게 나를
다그친다.
세례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린 가브리엘 대천사에게 헌정된 가브리엘 교회를
가는 길목에 있는 20m 낭떠러지의 난간을 <천국의 길>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오르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오르다 자칫 다리를 헛짚으면 암반 낭떠러지로 떨어져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데 왜 <천국의 길>이라고 명명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시원치 않다.
▲ 성가대
무반주 아카펠라로 부르는 성가가 우리네 민요처럼 구성지게 슬프다. 연두색 가운을
입은 분이 지휘자이다.
북을 치고 치나치주(탬버린 모양의 악기)를 흔들어 만든 가락에 맞추어 성경 암송을 하는
성가대 사이로 사제단이 앞장 서면 그 뒤를 따라서 교인들이 입장한다. 예배 참석자 대부분은
작고 도톰한 성경을 가지고 있는데 일부는 성경을 펴서 읽고 일부는 이마나 가슴에 대고
성경을 암송한다.
교회 한 켠에는 사제에게 물세례를 받으려는 긴 줄이 만들어지고 다른 곳에서는 사제들과
교인들이 어울려 북소리 장단에 맞추어 아프리카 특유의 경쾌한 춤을 추는 등 한국 교회의
엄숙한 예배와는 완전이 다른 축제의 한마당이다. 그러나 이런 축제의 장도 남성들의 몫이고
여성 신자들은 다소곳이 모여 앉아 성경 암송과 기도를 드리고 있다.
▲ 여기는 남성 전용 출입문입니다.
특별한 경험에 흥분한 내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아벨이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며 “이 문으로는 못 들어오니 여성전용 출입문으로 가세요.”
남성 전용문으로 입장하려는 외국 할미를 제지하고 있다.
작가 프로필
성 명 : 한 용 성 (韓 容 誠)
생 년 : 1955年生
학력사항 : 보성고등학교 卒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卒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석) 卒
경력사항 1983. 03 ~ 2010. 05 우리은행 (부장)
2010. 05 ~ 2010. 06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2010. 07 ~ 2014. 01 대한전선그룹 CFO /계열사
구조조정 (부사장)
2014. 02 ~ 2017. 10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총
괄 (부회장)
2017. 10 ~ 2018. 09 금호타이어 관리총괄 (사장) ▲ 가브리엘 라파엘 교회
2018. 10 ~ 2022. 09 ㈜ 에이프로 (부회장) 가브리엘 교회 입구(좌측)을 통하여 라파엘 교회에 갈 수 있고 왕의 발코니(우측)
2019. 01 ~ 현재 케이프투자증권 (고문) 가 있다. 밑으로 20m의 낭떠러지 위에 있는 발코니에 난간이 없는데 왕이 거주할
당시에도 난간이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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