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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V리그 개막 초반은 프로야구 정규리그 막판 또는 포스
트시즌 기간과 겹친다. 프로야구가 1년 농사를 결정짓는 중대
국면이기 때문에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올 시즌 프로야구는 35년 만에 정규리그 1위 결정
전(타이브레이커)이 성사될 만큼 막판 순위 싸움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전개됐다.
때문에 프로배구는 매년 개막 초반에는 시청률이 다소 낮게
출발한다. 프로야구가 종료되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다. 그
러나 올 시즌 여자배구는 이런 관행마저 여지없이 깨버렸다.
프로야구, 여자 프로배구가 동시간대에 케이블TV에서 생중계
될 경우, 여자배구 중계 채널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네이터 차수민 등 예능의 캐릭터쇼라기보다 스포츠 선수들 그냥 승부 그대로의 승부. 기대를 상회하는 실력과 진지함. 그
의 캐릭터에 가깝다. 러면서 파일럿과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 관중석이다. 게
임에 집중하다보니 파일럿에서 보여줬던 떼토크에서 오는 웃
그렇다보니 <골때녀>의 수많은 출연자들은 여성이 아니라 음은 거의 사라지고, 리액션만 남았다. 명언제조기로 인기가
그냥 ‘선수’로 주목받는다. 이들의 얼굴이나 인간미가 아니라 많은 해설가 이영표는 처음으로 게임을 직관한 뒤 한마디 말
퍼포먼스에 집중하게 된다. 스포츠예능의 가장 큰 어려움은 로 <골때녀>가 가진 재미를 압축했다. “진지하게 하니까 재
설득이다. 이들의 도전에 왜 공감하고 이들의 성장과 승부에 밌는 거예요.”
왜 함께 몰입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가 없다. 우승
실제로 지난 10일도 케이블TV인 KBSN SPORTS, MBC
이 걸려 있는 승부가 있고 승패가 걸린 게임이 있으니 나가서 ✚ 여자 배구 신드롬
뛰고 이겨야 하는 것뿐이다. 의미부여 과정을 걷어내고 승부 SPORTS, SPOTV 3개 채널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도쿄 올림픽 4강 신화의 여자배구가 프로 리그인 V리그에서
에 집중하는 방식은 이른바 ‘여성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 삼성-두산 경기를 생중계했다. 반면, SBS Sports 채널은 여
또 하나의 역사적 신기록을 작성했다.
예능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이다. 그렇게 기 자배구 GS칼텍스-현대건설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날 시청률
올 시즌인 2021-2022 V리그는 지난달 16일 개막해서 지난 9
존 스포츠 팬이라 상정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귀엽고 대견하 1위를 차지한 채널은 여자배구를 중계한 SBS Sports였다.
일 1라운드를 마쳤다. 시청률 조사 전문 기관인 닐슨코리아 자
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걷어내면서 승부가 주는 재미에 집중 GS칼텍스-현대건설 경기의 시청률은 전체 가구 기준으로
료에 따르면, V리그 1라운드 전체 여자배구 케이블TV 평균시
할 수 있는 ‘서사’로 거듭났다. 그냥 축구를 하고, 잘하고, 이기 1.1%를 기록했다(이하 닐슨코리아). 이는 케이블TV 전체 프로
청률은 전국 케이블 가구 기준으로 1.12%를 기록했다. 이는
고 싶은 담백함이 매력이다. 그램을 통틀어서도 시청률 순위 19위를 차지했다. 이날 열린
지난 시즌 1라운드 여자배구 평균시청률(0.95%)과 비교해도
모든 프로 스포츠 중에서 케이블TV 전체 20위권 안에 든 경
18% 급등한 것이다. 특히 '1라운드 평균시청률'이 케이블TV
기는 여자배구가 유일했다.
대박 기준인 1%를 돌파한 것은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
자부, 여자부를 통틀어 최초 기록이다.
물론 프로야구는 3개 채널에서 동시 생중계했기 때문에 시청
률이 분산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경기라는 중요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도 11일 "1라운드에서 평균시청
도를 감안할 때, 단 1개 채널도 여자배구 시청률을 넘지 못했
률이 1%를 돌파한 것은 V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 맞다"고 밝
다는 건 대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시
혔다. 치솟던 여자배구의 인기가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
즌은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중계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방송사
화 효과로 V리그 출범 18시즌째를 맞아 새 역사를 쓴 것이다.
들이 프로야구 대신 여자배구 생중계를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또한 최근 여자배구 고공 시청률이 '묻지마 수준'이라는 점도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상위팀뿐만 아니라 하위팀끼리 경기
프로야구 이외의 종목이 무려 2주 동안 동시간대 TV
도 높은 시청률이 쏟아져 나온다.
중계 경쟁에서 프로야구를 제치고 생중계를 꿰찬
사례는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
올 시즌 초반 여자배구 시청률 급등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경
톱모델이자 방송인 한혜진이 30대의 마지막 골이 골 넣고 이 이다. 당연히 V리그 역사에는 초유의 일이다. 프
이로운 사건'이다. 첫째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기는 것이 되고, 방송분량은 도합 5분도 채 안 되는 카메라 밖 로야구가 절대적 우위를 점해 온 한국 프로스
와 동시간대에 경쟁해서 얻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에서 실제 경기의 몇 배 이상씩 시간을 내 훈련을 해 전술, 체 포츠 현실에서 '놀라운 격변'이라고 할 수 있다.
력,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감독으로 참여하는 2002년 월
한국 프로스포츠는 TV 중계와 관련해 지난해
드컵스타들은 철저히 조연 역할에 머문다. 이들이 웃음을 책
까지만 해도 불문율에 가까운 사항이 있었다.
임질 필요도, 캐릭터를 드러낼 위치도 아니다. 촬영장에 들러
프로야구와 다른 프로 종목의 경기 시간이 겹
서 감독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의 스쿨에서 실제로
칠 경우 프로야구는 생중계, 다른 종목은 녹화 중
프로그램을 짜서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게 훨씬 더 큰일이다.
계 또는 중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방송에 나오는 게임을 위해 흘리는 땀과 노력, 100% 이벤트
프로야구가 TV 시청률, 광고 등에서 앞섰기
성 리그임에도 패배의 분함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최선을 다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여자배구는 이 관
한다는 점이 <골때녀>의 매력 포인트다.
행도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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