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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 라이프

















































           목소리들 - 이승우 저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 슈워츠 저/공경희 역
           198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지난 42년간 한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이 책의 원고는 모리 교수가 작고하고 한참 뒤인 2000년대 초 그의 서재 책상
           구축해온 작가 이승우의 열두번째 소설집 『목소리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서랍에서 발견되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보다 훨씬 앞선 1989년 집필
           출간되었다.                                                                                 하기 시작한 글이었다.
                                                                     Today’s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                                                 모리 교수의 가족들은 고심 끝에 생전 그와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아
           문학상 후보”(르 클레지오, 인터뷰에서)로 언급되기도 한 이승우는 프랑                   BOOKS                        들 롭 슈워츠 주도 아래 원고를 편집해 모리 교수의 오랜 뜻을 세상에 알
           스 갈리마르출판사의 세계 명작 총서인 폴리오 시리즈에 『식물들의 사생                                                 리기로 결정했다.
           활』과 『그곳이 어디든』 두 편이 실리는 등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루게릭병으로 병상에 오르기 전까지 35년 동안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학
                                                                                              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그린하우스의 저명한 치료사로
           인간의 불안과 욕망의 기저, 죄의식 및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 등은 이승우 작품의 주                                  내담자들의 마음을 돌보며 모리 교수는 평생 사람들의 심리 상태에 관심 갖고 그들
           요 화두였다. 이렇듯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관념적 성찰의 형식으로 탐문해”(황순                     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썼다.
           원문학상 심사평)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화자들의 어두운 내면의 근원이자 가족을 상징하
           는 ‘집’을 다양한 관점에서 섬세한 언어로 쌓아 올렸다.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는 순간 사람은 심리적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손상을 입는다. 모리 교수
                                                                                   는 사회가 특히 나이로 차별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보았다. 치열하게 살다 보니 어느새 찾아온
           여덟 편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족을 잃거나 관계에 균열이 생겨 갈등과 위기를 겪                      인생 후반기를 활기차고 즐겁게 보내는 현실적인 요령과 기술들을 나눠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
           으며 삶의 방향을 점점 잃어간다.                                                      게 마무리하도록 돕고, 나이는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인식이 전반적
                                                                                   으로 개선되기를 바랐다.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며 버티다가 끝내 다시 집을 떠올리는 저마다의 “목소리들”
           이 마치 건축물처럼 설계된 각각의 작품에는 부조리한 현실, 안식처를 잃은 자들의 행로, 관계                     주류에서 밀려나 그림자처럼 흐릿해지는 노년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노년기를 쇠락이 아니라
           에 대한 사유 들이 담겨 있다.                                                       완성으로 향하는, 누구나 거쳐야 하는 ‘성장기’로 보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와 완성도가 달라진다고 모리 교수는 강조한다. 젊은 날 눈앞의 과업에 사로잡혀 놓치고
           결국 처음 시작된 곳,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들이 보여준 문제의                      만 ‘나다움’, ‘나다운 생’이란 무엇인지 깨닫고 삶을 찬란하게 살아내라고 북돋운다. 누구보다 자
           식을 껴안으면서 그 너머의 방향성을 넌지시 보인 소설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이 마지막까지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책 속으로                                                                  책 속으로
            네, 사람이 사는 곳처럼 만들려고 했어요. 공가에 뭔가를 채우는 거요. 물건도 물건이지만, 사                   전 세계 4000만 독자가 사랑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의 모리 슈워
            람이 살면 공가가 아니잖아요. 사람이 없으면 빈집이 되잖아요. 물건이 채워져 있어도 사람이                     츠 교수가 학자가 아닌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다.
            없으면, 그게 빈집이지 뭐예요. 그녀에 의해서 공가가 채워진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던 게 맞아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녀가 집에 오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어요.                    사회학자이자 심리치료사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누구도 소외받지 않으며, 환경으로 평가받지
            ---「공가空家」중에서                                                           않는 세상을 꿈꿨던 모리 교수는 삶을 마지막 날까지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의
                                                                                   시간이라 보았다. 나이 듦은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왜 달아났던 것일까?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발견되지 않았으므
            로 말하지 못했다. 나는 왜 달아났을까? 그 이유를 그때는 알았을까? 그때는 알았던 것을 지                    앞으로 주어질 시간을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바라는’ ‘자기만의 세계’로 완성한다면 생의 어느
            금은 모르게 된 것일까? 모르던 어떤 것은 어떻게 알게 되고 알던 어떤 것은 어떻게 모르게                     단계에 있든 큰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세상, 가족, 죽음, 자
            되는 것일까? 구부러진 어떤 것은 어떻게 펴지고, 펴진 어떤 것은 어떻게 구부러지는 것일까?                    기 연민, 사랑에 대해 미치 앨봄의 목소리로 대신 전해 들었던 영혼의 가르침을 모리 교수의 육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했다」중에서                                               성으로 직접 만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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